[Health & Beauty]홍건영 과장, 간 질환 ‘골든타임’, B형 간염 관리에 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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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기독병원 소화기내과 홍건영 과장 칼럼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구급차나 소방차의 빠른 이동을 위해 길을 터주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 골든타임은 구급대원이나 의사들이 사용하는 의학용어로 환자의 생존 여부가 결정되는 한계 시간을 말한다.

대개 골든타임이라고 하면 1분 1초가 급한 중증 응급환자들을 떠올리지만 질환에 따라 골든타임은 1년이나 10년이 될 수도 있다. 골든타임이 긴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간 질환이다. 간은 손상될 것에 대비해 평소 충분한 예비 기능을 비축하고 있다. 간은 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도 웬만큼 나빠지기 전에는 별다른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간 전반에 걸쳐 손상이 심각하게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을 ‘침묵의 장기’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간은 장기간에 걸쳐 공격당하므로 손상된 뒤엔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간염과 같은 초기 간 질환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자신은 건강하다고 착각하며 지내다가 간염이 악화돼 간경화나 간암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악화된 후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골든타임이 길다고 해도 치료시기를 놓치면 다급한 중증 환자들과 다를 것이 없다.

간 질환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만성 간 질환 및 간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간염의 관리가 중요하다. 간염은 매년 약 150만 명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전 세계 질환 사망률 중 8번째로 높다. 간염 중에서도 특히 B형 간염은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정상인에 비해 30∼100배 높다.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 비율은 5년, 10년, 20년이 지날 때마다 각각 9%, 23%, 48%로 올라간다. 그러나 다행히 B형 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또한 간경변증으로 진행돼도 초기에 B형 간염을 잘 치료하면 장기간에 걸쳐 회복할 수 있다.

세계간염연합(WHA)에 따르면 현재 약 5억 명 이상이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된다. 이에 WHA는 매년 7월 28일을 세계 간염의 날로 정해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환자들의 적극적인 치료를 돕고자 노력하고 있다. 4회째를 맞은 올해는 ‘다시 한 번 생각하자(Think Again)’는 슬로건을 통해 간염의 위험성을 알리고 예방과 치료에 적극 동참하도록 촉구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우리 국민들 역시 세계 간염의 날을 계기로 바이러스 감염 검진을 해 평소 무관심했던 간의 건강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이 어떨까. 이를 통해 전 국민이 간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는 간염을 예방할 수 있고, 이미 간염에 감염됐다면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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