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망토 기술’로 지진파 방향 제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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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연구팀 메타물질 실험 성공… 빛-소리-진동 등 파동흐름 조작

지진과 해일(쓰나미)이 덮친 2011년 3월의 일본 이와테 현 오후나토 시의 모습. 투명망토 기술을 이용하면 지진파 에너지를 감소시키거나, 피해없이 통과시키는 기술 개발도 가능할 걸로 보인다. 동아일보DB
지진과 해일(쓰나미)이 덮친 2011년 3월의 일본 이와테 현 오후나토 시의 모습. 투명망토 기술을 이용하면 지진파 에너지를 감소시키거나, 피해없이 통과시키는 기술 개발도 가능할 걸로 보인다. 동아일보DB
1일(현지 시간) 칠레에 리히터 규모 8.2의 강진이 일어난 데 이어 2일에도 7.8의 지진이 발생했다. 앞선 1일 우리나라 충남 태안군에도 규모 5.1의 지진이 일어나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건축물 내진 설계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진으로 인한 건축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마뉘엘 자블로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 교수팀이 토목공사를 통해 지진파가 건축물을 통과할 때 파동이 지닌 힘(에너지) 자체를 줄이는, 이른바 ‘지진 메타물질’ 실험에 성공해 ‘피지컬 리뷰 레터스’ 4일자에 발표했다. 이로써 아직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앞으로 지진파를 인공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물질은 흔히 ‘투명망토 기술’로 불린다. 물체 주변에 특정물질을 작은 모양으로 촘촘하게 배열시켜 만든 물질(메타물질)로 둘러싸 빛이나 소리, 진동과 같은 ‘파동’의 흐름을 조작하는 기술이다. 메타물질을 통과하는 빛이 물체에 직접 닿지 않는 현상을 통해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조작한다는 점에서 투명망토라는 별명이 붙었다.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파동을 통과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를 줄이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음파를 조작하는 메타물질 실험은 2009년 김철구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팀이 성공한 바 있다.

자블로 교수 팀은 지진에 주목했다. 지진파는 대륙의 판과 판이 부딪치거나 단층이 쪼개질 때 생기는 물리적 에너지가 파동의 형태로 전달되기 때문에 파동을 제어하는 메타물질의 원리를 여기에 적용하면 지진파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프랑스 그르노블 지역 인근의 한 고산 지대에서 폭약을 이용해 인공 지진파를 일으키며 실험했다.

그런 다음 메타물질에서 원자의 구조를 촘촘히 배열하듯 인공 지진파의 진동주기를 제어할 수 있는 구덩이 크기를 계산하고 깊이 5m, 너비 0.32m 크기의 구덩이를 1.5m 간격으로 촘촘히 파냈다. 여기에 인공 지진파를 일으켰더니 지진파의 힘이 한층 약해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진전되면 지진파를 다른 방향으로 비켜 가게 하거나 다른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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