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궁금”… 객석 마이크 주변 30명씩 줄서 질문 공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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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콘서트 MFS 2013]
“교과서 밖 과학여행을 떠나라… 위대한 발견이 기다리고 있다”
韓-美-日-나이지리아 학생들, 노벨수상자들 말에 귀쫑긋-눈반짝

미래과학콘서트 첫날인 28일, 남녀 학생들이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질문하려고 마이크 앞에 줄 서 있다. 700여 명의 고등학생들은 학교별 선발 과정을 거쳐 행사에 참석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미래과학콘서트 첫날인 28일, 남녀 학생들이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질문하려고 마이크 앞에 줄 서 있다. 700여 명의 고등학생들은 학교별 선발 과정을 거쳐 행사에 참석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연단에 아리에 와르셸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교수, 리처드 로버츠 뉴잉글랜드 바이오랩 연구개발 최고책임자, 앤드루 파이어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로버트 랭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베르틸 안데르손 싱가포르 난양공대 총장, 벵트 노르덴 분자과학연구재단 회장이 모였다.

옆자리에는 한국 고교생을 대표해 배범진 군(경남 창원남고) 김민선 양(경기 용인외고) 최재혁 군(강원 민사고)이 앉았다. 이들은 모두 17세로 고교 2학년. 역대 노벨상 수상자와의 토론 콘서트에 참여할 과학 꿈나무들이었다.

고려대 안암캠퍼스의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미래과학콘서트. 행사 첫날(28일), ‘과학의 개척 시대,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라는 제목의 강연에 이어 토크콘서트 시간이 되자 노트와 펜을 손에 쥔 참가자들의 눈이 더욱 반짝거렸다.

토론은 영어로 진행됐다. 주제는 ‘큰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떻게 창의성을 기를까?’ 파이어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영국 케임브리지대에는 티룸(차를 마시는 공간)이 있는데 커피 기계가 없다며 운을 뗐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이곳에 모여 형식에 매이지 않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 커피 기계가 없는 이유는 빨리 커피를 내려 마시고 훌쩍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최 군은 “과학과 철학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철학적인 생각으로부터 과학에서 결론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양은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이 진짜 과학인가요?” 와르셸 교수는 “교과서가 잘못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기초를 알아야 다음 단계에서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고 대답했다. 안데르손 총장은 “학생들이 교과서를 읽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거의 교과서적으로만 생각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파이어 교수도 “교과서 속 과학이란 게 틀린 게 아니라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얘기다. 여러분이 새로운 내용을 발견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배 군은 “노벨상을 받으려면 상을 노리고 연구 과제를 설정해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와르셸 교수는 “과학은 즐기기 때문에 한다. 열정을 가진 분야에서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빛을 본다”고 조언했다. 로버츠 박사는 “노벨상을 받거나 인정받는 데 운도 매우 중요하다. 상을 받지 않아도 혼자서 발견하는 재미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군은 “생각과 달리 상이나 영광에 집착하지 않고 그저 과학이 좋아서 연구하는 모습들이 인상 깊다”고 얘기했다.

자리를 가득 메운 참가자 1000여 명 중 700여 명은 교복을 입은 고교생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한국 고교생 외에 나이지리아와 일본에서 각각 10명이 왔다. 경제적 이유로 교육 기회가 부족한 미국 뉴욕 시의 할렘에 사는 학생 5명도 보였다.

열띤 질문은 강연과 토크 콘서트 사이의 질의응답 시간에 쏟아졌다. 객석 통로에 설치된 4개의 마이크 앞에 학생들이 30여 명씩 줄을 섰다. 질문의 내용이 길어지자 학생 1명당 질문 1개라는 규칙을 만들어야 했다.

“생물정보학으로 DNA를 모두 알게 되면 유전자로 인한 차별은 없겠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로버츠 박사는 “이미 인간은 남을 차별하는 본성 때문에 항상 차별받는다. 오히려 DNA 정보로 질병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적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학생도 있었다. “노벨상 수상이 확정된 후 기분이 어떠했느냐”는 학생에게 로버츠 박사는 “오전 6시에 전화를 받으면서 누가 아침에 전화를 하느냐며 짜증을 냈었다”고 말하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파이어 교수는 “어릴 땐 명탐정이 되고 싶었다”고 운을 떼며 “과학은 퍼즐 맞추기와 같다. 못 맞추는 걸 끝까지 붙들고 답을 캐내는 과정이 쾌감을 준다. 고교생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과학 영재들의 궁금증은 끝이 없었다. 과학은 무엇이냐는 철학적인 문제부터 아시아 대학과 서구 대학 중 어디에 가야 하느냐는 진로 고민까지 나왔다.

행사에 참석한 서울 중앙고 2학년 이석현 군(17)은 “장래 희망이 생물학자인데 노벨상 수상자와 같은 대단한 사람들과 토론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며 미소 지었다.

뇌공학자가 꿈이라는 서울 잠실여고 2학년 최유나 양(17)은 “세계적 석학인 노벨상 수상자를 직접 만나 교과서가 아닌 실용적인 분야에 대한 의견을 물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수상자들이 창의성 있는 생각과 연구를 강조했는데 학교에서도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남 거제고 2학년 윤예은 양(17)은 “세계 과학계의 명사들로부터 자극을 많이 받았다. 뛰어난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열심히 공부해 경쟁력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예은 인턴기자 이화여대 역사교육과 졸업
#미래과학콘서트#노벨수상자#과학 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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