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리포트]많은 이와 자유로운 성관계… 그 후유증은 길고도 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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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태형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람들은 자신의 ‘이불 속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신의 사생활을 털어놓는 것을 불편해한다. 성병이란 피부와 생식기에만 집중된 은밀한 문제이고 한두 번 경험한 사람들은 의사에게 드러내지 않고도 잘 치료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성병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감염까지 포함하면 세상에서 가장 흔한 감염병이다. 단순히 생식기의 병이 아니라 간염, 에이즈, 뇌 매독, 자궁경부암처럼 온몸에 영향을 주는 병이기도 하다. 특히 에이즈, 자궁경부암은 방치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어쩌다 찾아오는 감염병의 대유행과 달리 성병은 사람의 행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성병은 모르는 사이에 전파될 수 있고 얼마나 흔한지 현황을 파악하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에 통제가 어렵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사람유두종바이러스의 백신을 몇 살부터 맞아야 하는가를 정하기 위해 미국은 여학생들이 성관계를 시작하는 평균 나이를 국가의 연구비까지 들여서 조사했다고 한다. 개인의 인권보호 문제로 폐지되긴 했지만 과거 권위적인 정권에서는 상업적인 성관계를 하는 여성들에게 성병 검진을 의무화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자율에 맡기고 있어 각자에게 질병예방 책임이 더 요구된다.

‘성병’ 하면 육체적인 쾌락을 절제하지 못하는 무분별한 사람들이나 몸에 이상하고 괴기한 문신이나 장식을 하고 다니는 특별한 취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을 떠올린다. 심지어 성병을 ‘타락한 인류’에게 내려진 공정한 신의 형벌이나 재앙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수년간 에이즈와 감염병을 진료한 의사로서 결코 공감할 수 없는 주장이다. 무책임한 성관계를 하는 사람도 콘돔만 잘 쓰면 절대 걸리지 않는 게 에이즈다. 에이즈나 매독 외에도 수많은 바이러스들은 성관계로 감염된다. 병을 통제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딱 한 가지다. 가급적이면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성관계를 하지 않고 평생 관계하는 사람 수를 줄이는 것이다. 또 성관계를 청소년기에 너무 일찍 시작하지 않도록 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암 발병의 기회를 줄이고 파트너 이외의 사람과 성관계를 할 땐 반드시 콘돔을 쓰는 게 중요하다. 다양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성관계를 할수록 바이러스 유전자가 잠복상태로 들어와 장차 면역저하질환이나 암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덧 에이즈는 여느 만성질환과 다를 바 없이 성공적인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미국에서 최근 에이즈 보건의 관심사는 숨어있는 초기감염자를 일찍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라고 한다. 특별한 사회적 ‘주홍글씨’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에이즈 검사가 좀더 보편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면 한국도 병으로 인한 개인의 고통과 사회·경제적인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태형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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