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었다, 원통공구가 카페탁자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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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 이건모 교수, 환경-에너지위기 해법 담은 ‘지속가능공학기술 편람’ 출간

가운데 있는 둥그런 탁자는 전깃줄을 감을 때 쓰는 커다란 나무통을 재활용한 것이다. 이처럼 제품을 만들 때 재료 선택에서 재활용까지 전 과정에 환경을 고려하는 ‘에코디자인’은 지속가능공학기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
가운데 있는 둥그런 탁자는 전깃줄을 감을 때 쓰는 커다란 나무통을 재활용한 것이다. 이처럼 제품을 만들 때 재료 선택에서 재활용까지 전 과정에 환경을 고려하는 ‘에코디자인’은 지속가능공학기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
기후 변화, 에너지 위기, 식량 및 물 부족 등 현재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기존 제품과 시스템을 공학적인 관점으로 재구성하는 ‘지속가능공학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이건모 아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기술과 이론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지속가능공학기술 편람(Handbook of Sustainable Engineering·사진)’을 출간해 지속가능공학기술의 바이블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내용을 처음으로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각국의 정책 담당자들과 산업계는 특히 주목하고 있다.

○ 기능을 넘어 환경까지 생각

조용한 카페의 한가운데에 둥근 나무탁자가 놓여있다. 자세히 보면 전깃줄을 감을 때 쓰는 커다란 목제 원통을 엎어 놓은 것이다. 전깃줄을 감는 원통을 탁자로 ‘재활용’한 것은 ‘에코디자인’을 쉽게 적용한 사례다. 에코디자인은 대표적인 지속가능공학기술로, 제품을 만들 때 재료의 선택에서 폐기 및 재활용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한 활동을 말한다. 유럽 최대의 엔지니어링 회사인 독일 지멘스는 실제로 통신장비를 두는 선반을 만들 때 에코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기존의 선반은 부품이 66개로 이뤄져 조립과 분해가 어렵고 4가지의 소재를 쓰고 있어서 재활용이 힘들었다. 지멘스가 새로 개발한 선반은 부품의 수를 17개로 줄이고 소재도 하나로 통일해 재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더군다나 제품의 구조와 소재를 단순화하면서 생산비용도 22%나 줄였다.

2009년 우리나라에 공식 도입된 ‘탄소발자국’도 중요한 지속가능공학기술로 꼽힌다. 탄소발자국은 어떤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원재료를 채취하는 과정부터 제품 제작, 유통, 사용 후 폐기 단계까지 발생하는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한 값을 의미한다. 그동안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고를 때 사용 전력이나 연료소비효율만 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가정용 토스터 1대가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약 15.6kg이다. 여기에는 토스터가 소비하는 전력이 75%를 차지한다. 토스터의 외관인 플라스틱과 내부에 들어가는 철판을 만들 때 나오는 온실가스는 각각 6.0%, 11.4%에 해당한다. 나머지는 토스터를 공장에서 해당 가정까지 운반하거나 폐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다.

이건모 아주대 교수는 각국의 과학자, 기술자, 디자이너 등 60여 명을 이끌며 지속가능공학기술과 이론을 엮은 전문서적을 처음으로 펴냈다.
이건모 아주대 교수는 각국의 과학자, 기술자, 디자이너 등 60여 명을 이끌며 지속가능공학기술과 이론을 엮은 전문서적을 처음으로 펴냈다.
○ 세계적 대가들 참여 이끌어 한국 위상 높여

지속가능생산, 소비, 신소재, 수자원 관리, 미래 에너지원, 교육, 정책 등 7개의 주제를 총 65개의 장에 걸쳐 소개한 이 책에는 과학자, 기술자, 디자이너 등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라고 평가받는 이들 60여 명이 참여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지속가능공학기술을 가르치는 제프리 스타인펠드 교수와 친환경제품 디자인을 주도하는 스웨덴 린최핑대 마티아스 린달 교수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1994년부터 에코디자인을 강조했던 이건모 교수는 국제표준화기구에서 해당 분야의 의장을 맡으면서 세계적인 지속가능공학기술 전문가들과 교류해 왔다. 그 덕분에 각 장의 저자를 선정하고 원고를 편집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세계 최대 연구서적 출판사인 ‘스프링거’를 통해 발간됐다는 점에서도 학술적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유엔의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 라젠드라 파차우리 의장은 “이 책이 지속가능공학기술의 미래를 이끌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유럽이나 일본 등 지속가능공학기술 분야에서 앞선 나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인으로서 이 책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국내 정책과 산업계가 지속가능공학기술을 적극 활용해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지속가능공학기술#이건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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