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뇌스캔 기술+신경망 매핑 기술… 뇌지도 만들기 속도 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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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교수팀이 개발한 mGRASP기술과 ‘neuTube’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해마 신경세포들의 시냅스 연결 상태를 디지털 지도로 만들 수 있다. KIST 제공
김진현 교수팀이 개발한 mGRASP기술과 ‘neuTube’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해마 신경세포들의 시냅스 연결 상태를 디지털 지도로 만들 수 있다. KIST 제공
고령 인구의 증가와 다양한 화학물질, 복잡해지는 사회 등 여러 요인으로 자폐증,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뇌 관련 질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문제는 뇌 질환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치료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뇌 과학자들은 뇌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볼 수만 있다면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한다. 전 세계 많은 연구자가 뇌지도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인 뇌 과학자들이 뇌지도 구축 최전선에 나서서 화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능커넥토믹스센터 김진현 박사와 미국 스탠퍼드대 정광훈 박사가 바로 그 주인공. 뇌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를 관찰할 수 있는 신경망 매핑 기술을 개발한 김 박사와 연결망을 3차원으로 투명하게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정 박사가 협력을 모색하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뇌가 정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뇌 신경세포 간 연결 상태가 바르게 돼 있어야 한다. 김 박사팀이 개발한 신경망 매핑 기술은 살아 있는 뇌의 시냅스 연결 상태를 관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연결 여부뿐만 아니라 신경세포 사이에 어떤 화학물질과 수용체가 오가는지도 볼 수 있다.

2011년 말 김 박사팀은 2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간격의 살아 있는 시냅스를 광학현미경으로 찾아내는 mGRASP 기술을 개발했다. mGRASP는 녹색형광물질을 두 개의 분자로 쪼개 형광을 띠지 않도록 만든 뒤, 뇌 신경세포가 특정 시냅스에 정확히 연결될 때만 다시 녹색형광을 띠게 해 신호 전달 메커니즘을 파악할 수 있게 한 기술이다.

이렇게 하면 뇌 신경망과 연결 메커니즘을 파악할 수 있는 뇌 지도를 손쉽게 그릴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진 뇌를 보려면 1mm 이하의 아주 얇은 두께로 잘라서 관찰해야 하고 각 신경세포의 시냅스 연결까지 분석하려면 엄청난 양의 작업이 필요하다.

정 박사팀이 개발한 기술은 김 박사팀에게는 그야말로 ‘가뭄 속 단비’와 같다. 정 박사팀이 최근 개발한 기술은 뇌를 얇게 자르지 않고도 3차원(3D)으로 투명하게 신경 연결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매핑 실험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여 뇌지도 구축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 기술은 뇌에 하이드로겔이라는 물질을 투입해, 불투명한 뇌의 지방은 제거하고 신경세포의 구조는 그대로 유지시킨다. 이렇게 만든 뇌를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신경 연결망을 투명하게 볼 수 있어서, 뇌를 얇게 자르지 않아도 된다.

KIST 기능커넥토믹스센터는 현재 뇌 해마 부위의 신경망 매핑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르면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해마는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며 감정과 행동, 운동 일부를 조절하는 기능을 지녀, 알츠하이머성 치매나 간질 등의 뇌 질환과 관련이 있다.

뇌의 한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mGRASP 기술을 활용해 수십억 개나 되는 뇌 신경세포 간 시냅스 연결을 구조화하려면 컴퓨터를 이용한 방대한 데이터 작업이 필요하다. 센터는 이를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창준 부센터장은 “정 박사팀과의 협업은 연구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한국 과학자들이 주도하는 뇌 지도가 세계적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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