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울적하고 소화 안돼… 친구에게 ‘힘들다’ 말해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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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극복하자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질환은 잘 낫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우울증은 치료가 잘되는 병이다. 전문의와 상담해 치료를 받는 한편으로 스스로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동아일보DB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질환은 잘 낫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우울증은 치료가 잘되는 병이다. 전문의와 상담해 치료를 받는 한편으로 스스로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동아일보DB
회사원 박모 씨(28)는 얼마 전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어깨가 결리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정형외과, 소화기내과, 신경과 등 여러 진료과를 찾아 검사를 해봤지만 모두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평소 소심한 성격이라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 박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어깨 결림과 소화불량 등의 신체 증상이 우울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봄을 맞아 괜스레 몸이 뻐근하고 소화가 안 되면서 침울한 기분이 동반되면 박 씨처럼 우울증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몸이 아파도 우울증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은 마음이 슬픈 상태라고 생각한다. 엄밀히 말하면 우울하다는 것은 정신과 신체의 에너지가 고갈돼 지친 상태를 말한다. 의욕과 입맛이 없으며 활동성이 줄어들고, 때로는 삶 자체의 의미를 잃어버려 죽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성훈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적인 증상이 우울증 징후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깨 결림이나 소화불량, 피로감 등의 신체 증상 역시 우울증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신체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막연한 우울감이나 집중력 및 기억력 감퇴가 동반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울증은 일종의 뇌 질환이다. 결코 마음이 약하거나 어리석어서 생기는 병이 아니다. 물론 심리적인 요인이 첫 단추 역할을 하지만,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잘 풀어내는 신체 능력은 유전적 문제나 특정 질병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우울증은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는 뜻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때 인간의 뇌에선 여러 생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우울증 환자들의 뇌에서는 이런 변화가 비정상적으로 나타난다.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인간의 성행동, 수면 그리고 기분 등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데, 일부 우울증 환자는 이 물질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않는다.

약물치료뿐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

우울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은 먼저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일단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저조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만약 우울증에서 회복돼 정상생활을 되찾았다면 재발을 막기 위해 생활습관 및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규칙적으로 잠을 자고 식사를 하자. 영양상태가 나빠지고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틈나는 대로 햇빛과 자연을 접하는 것도 중요하다. 건물 밖에 나갈 수 없다면 창밖을 바라보면서라도 시선을 먼 하늘과 녹지에 두고 선선한 바람을 느껴보자. 점심시간에는 운동화로 갈아 신고 주변의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다.

조깅, 수영, 자전거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은 몸을 건강하게 할 뿐 아니라 정신적인 에너지도 충전해준다. 적어도 1주일에 3번 이상, 땀이 약간 날 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해보자.

친구들과의 만나거나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바둑, 낚시, 영화감상, 공연관람 등 뭔가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찾아보자.

조맹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 존경하는 사람, 성직자 등 자기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라”고도 조언했다. 그는 “타인에게 자신의 고통과 어려움을 얘기하고 상담을 받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것만으로 좋아지지 않는 경우에는 치료 약물이 큰 도움이 된다. 조 교수는 “최근 20년간 정신과의 항우울증제는 급격한 속도로 발전해 왔다”며 “약물들은 부작용이 없으며 약물치료만으로 70∼80%의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물치료는 적어도 15일 이상 지속적으로 투약을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만약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고 섣불리 약을 중단하면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의사의 중단 지시가 있을 때까지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어렵게 이루어놓은 회복이 헛수고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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