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추진에 설왕설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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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무서운 시어머니 올라…” 과학기술 현장선 되레 당혹

“연구자들이 연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인데, 현장 얘기는 쏙 들어가고 그저 과학기술 거버넌스 얘기만 나오는 게 걱정스럽죠. 부처 하나가 생기면 규제는 배로 늘어난다는 얘기도 있는데 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유세 내내 주장했던 과학기술 중심 사회를 위한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신설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과학기술 전담 부처 부활을 주장했던 과학기술계는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국정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미래부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부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분야와 지식경제부의 연구 개발과 기술 정책, 기획재정부의 장기 전략 수립과 연구 개발 예산 편성 기능을 모두 갖는 공룡 부처다.

과학기술계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련)을 구성하는 등 과학기술 독립 부처 신설을 주장해 왔으나, 미래부 신설에 대해서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래부 설립 목적 자체가 과학기술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의 임기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내려고 할 경우, 당장 돈이 안 되는 기초과학 분야는 여전히 홀대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과학계의 우려다.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5년 전 과학기술부가 없어지면서 지식경제부 산하로 간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단기 성과를 강요하는 문화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미래 먹거리를 찾는 논의를 해야 할 시점에 여전히 거버넌스(governance·공공정책구조) 논의로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탁상공론으로 무리하게 교육과 과학을 합치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미래부 신설이라는 큰 이야기 때문에 연구의 장·단기성과 조화를 비롯한 다른 과학기술계 현안에 대한 논의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 현재 과학기술 관련 예산 조정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위상은 물론, 교과부와 지경부로 나뉘어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통폐합,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의 정년 연장, 연구비 블록펀딩(묶음예산) 문제 등 풀어야 할 것들이 쌓여 있지만 논의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계의 한 인사는 “과학기술계가 과학기술 전담 부처 신설이라는 거대담론에만 집착하다 보니 정작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논의가 묻히고 있다”라며 “지금과 같이 논의가 진행될 경우 미래부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현장 연구자들의 연구 환경이 좋아진다기보다는 더 무서운 ‘시어머니’만 만드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edmondy@donga.com
#미래창조과학부#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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