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의 종결자, AMD 2세대 APU '트리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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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8일 1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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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파 소비자들이 뭔가 물건을 살 때 가장 중요시하는 점이라면 역시 '가격 대비 성능'이다. 다만 최근 PC, 특히 데스크탑 시장의 모습은 가격 대비 성능 보다는 싼 가격을 중시하는 보급형, 혹은 높은 수준의 성능을 중시하는 고급형 제품만 팔리는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이렇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비용 투자로 활용성은 최대로 높일 수 있는 PC를 장만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며 부품 하나의 정보까지 꼼꼼하게 따지기 마련이었다. 그 와중에 높은 호응을 얻은 업체 중 하나가 바로 AMD였다. AMD의 CPU(중앙처리장치)는 경쟁사인 인텔의 제품에 비하면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 쓸만한 성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 받고있다. 다만, 절대적인 고성능이 중요한 고급형 시장에서 AMD는 인텔에 대적할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했고, 최근 들어 PC 시장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다 보니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한 보급형 시장에서도 인텔에 밀리고 있다.
하지만 적당한 가격에 쓸만한 성능을 제공한다는 AMD 제품의 기본 성향은 지금도 유효하다. 대표적인 제품이라면 역시 'APU'다. AMD의 APU는 중앙처리장치인 CPU와 그래픽처리장치인 GPU를 하나의 칩으로 만든 프로세서로,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구매하지 않아도 화면의 출력이 가능하다. 이는 최근 인텔에서 판매하고 있는 코어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지만, 두 제품은 성향이 많이 다르다. 코어 시리즈에 내장된 GPU가 그래픽카드의 흉내를 내는 수준이라면 APU에 내장된 GPU는 말 그대로 어지간한 그래픽카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D 게임 성능 면에서 강점을 보인다.


그리고 2012년 10월부터 출시를 시작한 2세대 데스크탑용 APU, 코드명 트리니티(Trinity)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신형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HD 7000시리즈의 중급형 모델과 대등한 성능을 내는 내장 GPU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전 1세대 제품에서 다소 힘이 부족한 느낌이었던 CPU 부분의 성능도 개선해 한층 구매가치를 높였다. 지난 5월에 나온 노트북용 모델의 뒤를 이어 출시된 데스크탑용 2세대 APU, 그중에서도 최상위급에 해당하는 A10-5800K 모델의 면모를 살펴보자.

최신 GPU를 품고 있는 2세대 APU


작년에 나온 1세대 AMD APU(코드명 라노)는 보급형인 A4, 중급형인 A6, 그리고 상급형인 A8의 3가지 모델로 구분되었다. 하지만 2세대 제품부터는 최상위급인 A10을 추가했다. A10은 4개의 코어를 가진 쿼드코어 CPU에 라데온 HD 7660D GPU를 포함하고 있다. A8 역시 쿼드코어 CPU를 갖추고 있지만 내장 GPU는 한 등급 아래 제품인 라데온 HD 7560D 이며, A6와 A4는 듀얼코어 CPU에 각각 라데온 HD 7540D와 라데온 HD 7480D GPU를 포함한다.


그리고 특이한 점이라면 각 제품군 내에 오버클러킹(클럭 속도를 임의적으로 기준치 이상으로 높임) 제한을 푼 'K' 모델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1세대 APU에도 K 모델이 일부 있었지만 2세대 APU 부터는 수가 한층 늘어났다. 예를 들어 같은 A10이라도 A10-5700은 오버클러킹이 제한되어 있지만 A10-5800K는 오버클러킹 제한이 없다. 이는 인텔 코어 시리즈의 K모델, 그리고 APU의 상위 제품인 AMD FX 시리즈의 그것과 같다.



물론, 오버클러킹을 하다 잘못하면 PC를 고장 낼 수 있으며, 제조사에서 제한을 풀었다 하더라도 사용자의 노하우가 떨어지거나 냉각 및 전원공급 장치의 성능이 부실하면 오버클러킹에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성능을 얻고자 하는 알뜰파 소비자가 APU의 주 소비자층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이렇게 추가적인 성능 향상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GPU 뿐 아니라 CPU 부분의 성능도 강화


AMD는 2세대 APU를 발표하면서 '파일드라이버' 아키텍처(기본 설계)를 적용, 기존 1세대 제품에 비해 30% 정도 성능이 향상되었다고 발표했다. 2세대 APU에 내장된 CPU의 성능은 APU의 상위 모델인 AMD FX 시리즈(FX-4100)에 맞먹는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는 FX시리즈의 일부 기능이 2세대 APU에도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많은 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할 때 순간적으로 클럭(동작속도)를 높여 작업효율을 높이는 터보코어(Turbo Core) 3.0 기술이다. 이로 인해 평소에 3.8GHz로 작동하는 A10-5800K는 경우에 따라 4.2GHz까지 클럭이 상승하기도 한다.


그 외에 2세대 APU는 신형 그래픽카드에 적용된 기술도 다수 포함했다. 특히 하나의 PC에서 최대 4대의 모니터로 화면을 동시 출력할 수 있는 아이피니티(Eyefinity) 기능을 별도의 그래픽카드 추가 없이 APU와 메인보드만 있으면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캠코더로 찍은 동영상을 보정해 흔들림을 완화하는 스테디 비디오(Steady Video) 기술을 지원하는 것도 눈에 띈다.


하위호환성 면에서는 아쉬움 있어


그리고 기술적인 면 외에 변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소켓(socket) 규격이다. 소켓의 규격은 프로세서와 메인보드의 호환성을 정한다. 1세대 APU는 '소켓 FM1' 규격을 사용했으나 2세대 APU 부터는 '소켓 FM2' 규격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1세대와 2세대 APU용 프로세서와 메인보드는 서로 호환이 되지 않는다.



기존 AMD 제품은 신형 프로세서가 나오더라도 이전 메인보드와 호환성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구형 PC 사용자에게 환영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 제품은 그렇지 않은 것이 아쉽다. AMD에서는 신형 APU의 성능을 극대화 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1세대 APU용 FM1 규격 메인보드에 FM2 규격 2세대 APU를 꽂으려 시도했으나 핀(접점)의 수와 배열이 맞지 않아 장착이 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얼마나 나아졌나?


그러면 다음은 2세대 APU의 실제 성능을 체험해 볼 차례다. 참고로 사용자들이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성능 테스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윈도7 체험지수의 '프로세서' 항목(7.9점 만점)에서 A10-5800K는 7.3 점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경쟁사인 인텔의 코어 i3와 유사한 수준이다. 최고수준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전문가를 제외한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작업에 무난히 쓸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인 것은 확실하다.


일반인들이 PC의 성능을 가장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고성능 작업이라면 역시 게임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신작 게임을 구동해 보며 A10-5800K의 성능을 가늠해봤다. 테스트용 PC는 에이수스의 FM2 규격 메인보드인 F2A85-M PRO에 8GB의 DDR3 메모리, 그리고 씨게이트의 바라쿠다XT 2TB 하드디스크가 조합된 시스템이다. 그리고 여기에 비교대상으로 1세대 APU인 A8-3850(라데온 HD 6550D GPU 내장) 기반의 PC를 준비해 함께 테스트했다.


디아블로3 테스트


첫 번째로 테스트 해 본 게임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다. 모니터 해상도 1,680 x 1,050에 모든 그래픽 옵션을 '높음'에 맞추고 대성당 지하2층에서 20여분 정도 플레이 하며 초당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참고로 30프레임 정도면 플레이 하기에 지장이 없는 수준, 60프레임 이상이면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이다.


테스트 결과, 1세대 APU 시스템도 30~45 프레임으로 구동되어 무난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었지만, 2세대 APU 시스템은 이보다 한 수위인 40 ~ 60 프레임 내외로 구동, 한층 쾌적했다. 특히, 적들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2세대 APU 시스템은 1세대 APU 시스템에 비해 프레임의 등락 폭이 적어 보다 안정적인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블레이드앤소울 테스트


두 번째로 테스트 해 본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이다. 블레이드앤소울은 디아블로3에 비해 한층 높은 성능의 PC를 요구한다. 특히 그래픽의 품질이 높아서 GPU의 성능이 맞춰주지 않으면 제대로 플레이를 할 수가 없다. 별도의 그래픽카드 없이 내장 GPU만 갖춘 PC에서 이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을 그다지 추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테스트 시스템에서 블레이드앤소울을 구동해 모든 그래픽 옵션(최대 5단계)을 4단계, 모니터 해상도는 1,680 x 1,050으로 맞추고 '대나무 마을'과 '대나무 해안'에서 20분 정도 플레이를 해 봤다.
분히 구매

테스트 결과, 1세대 APU 시스템은 15 ~ 20프레임 정도로 구동되었다. 정상적인 플레이를 못 할 수준은 아니지만 쾌적하지는 않았다. 반면, 2세대 APU 시스템은 25 ~ 30프레임을 꾸준히 유지, 완벽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제법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참고로 2세대 APU 시스템에서 그래픽옵션을 2단계 정도로 낮추면 40프레임 내외까지 기대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하면 그래픽 품질이 크게 저하되어 신작 게임을 하는 기분이 나지 않는다. 물론 어떻게 하느냐는 사용자의 취향에 달렸다.

부담 없이 추천해 줄 수 있는 제품이지만 판매량은 과연?


AMD의 데스크탑용 2세대 APU는 가격대비 성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제품이다. 위에서 소개한 A10-5800K의 해외 출시 가격은 139.9달러다. 국내에서는 10만원 대 중반 정도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성능의 코어 i3 CPU가 10만원 대 초반, 그리고 지포스 GT 630 그래픽카드가 5~10만원 사이로 팔리고 있으니 이를 함께 구매하려면 최소 2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A10-5800K는 이보다 저렴한 가격에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킨다.
다만, 아무리 쓸만한 물건이라도 등장하는 타이밍이 좋지 않으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소개한 AMD의 데스크탑용 2세대 APU도 그러한 경우 같아서 조금은 안타깝다. 분명 가격에 비해 높은 성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PC방에 쓰이기엔 약간 부족한 성능이며, 성능에 관계 없이 무조건 싼 PC만을 원하는 상당수 일반 소비자들의 눈에는 약간 비싸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PC의 보급이 활발히 이루어지던 5년 정도 전에 이런 컨셉의 제품이 나왔으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


누군가 주변에서 새로 데스크탑PC를 장만한다고 한다면 본 기자는 이번에 나온 AMD의 2세대 APU를 부담 없이 추천해 줄 수 있다. 아마 사는 사람도 적절한 가격과 성능에 상당히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제품이 많이 팔릴 것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 할 것 같다. AMD 2세대 APU는 충가치가 있는품이지만, 현재의 시장 상황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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