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냉장고 분쟁, 소비자 기만이냐 엄연한 사실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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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6일 0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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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양문형 냉장고 시장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사이에 깊은 골이 패였다. 삼성전자가 바이럴마케팅의 일환으로 집행한 비교 광고가 LG전자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인터넷 동영상 광고는 부당 비교 광고로, LG전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전자는 “비교 기준이 동일하고 내용상 거짓이 없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그동안 양사가 냉장고 용량을 10 리터씩 늘리며 벌여온 신경전이 법정 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냉장고 용량의 진실? 인터넷 광고가 발화점

삼성전자는 지난 8월 22일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삼성전자 공식 블로그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렸다. 삼성전자의 지펠 857 리터 냉장고와 LG전자의 디오스 870리터 냉장고의 실제 용량을 직접 비교하는 내용이다. 냉장고를 눕힌 후 서랍 및 격벽을 제거하고 물을 부었더니 13 리터 더 작은 삼성전자의 냉장고에 오히려 더 많은 물을 넣을 수 있었다는 것.

이에 LG전자는 삼성전자에 ‘해당 광고의 즉각 중지, 사과의 의사 표시 및 관련 책임자의 문책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공문’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가 표준인 KS규격(한국산업규격)에 따른 용량 측정 방법을 무시하고, “삼성 지펠은 KS규격을 준수하여 냉장고 용량을 표기합니다”라는 자막으로 마치 ‘물 붓기’가 적법한 측정 방법인 양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에 굴하지 않고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2’ 라는 광고를 추가 게시했다. 이번엔 양사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900 리터 냉장고 ‘지펠 T9000’과 910리터 냉장고 ‘디오스 V9100’을 비교했다. 물, 캔커피, 참치캔으로 용량을 측정했더니 삼성전자 냉장고에 물 8.3리터, 캔커피 68개, 참치캔 90개를 더 넣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전편에서 문제가 됐던 ‘KS규격을 준수했다’는 자막은 ‘자사 실험치 기준’으로 교체했다.

‘2차 공격’을 받은 LG전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경쟁사의 악의적이고 비상식적인 명예훼손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삼성전자에게 “KS규격에 따른 정부 공식 측정 방식으로 제 3의 공인 기관을 통해 공개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용량에 정말 자신이 있다면 공개 검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

양사의 감정 싸움에 소비자들의 혼란은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광고를 보면 삼성전자의 주장이 맞는 것 같고, LG전자의 반박을 보면 LG전자가 맞는 것 같다. “한두 번 싸우는 것도 아니고, 둘 다 똑같다”며 염증을 토로하는 소비자도 있다. 양사의 이미지가 더 타격을 입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상황이다.

LG측 “명백한 소비자 기만”, 삼성측 “거짓말은 아니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LG전자의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LG전자는 삼성전자 측정 방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는 한편, 자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공인 기관의 의견을 다수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자의적인 측정 방법을 공식 표준 방법인 양 사칭했다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우정호 냉장고 책임 연구원의 입을 빌려 냉장고 용량을 물로 측정하는 방법의 오류를 지적했다. 냉장고는 실사용 공간과 냉각기능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되는데, 물을 넣으면 냉각기능을 위한 공간까지 물이 침투해 실제보다 용량이 크게 측정된다는 것. 이 때문에 현재 기술표준원이 공표한 냉장고 KS규격은 냉각기능을 위한 공간을 제외한 실사용 공간만을 놓고 계산한다. 또한 냉장고를 눕히고 본체와 도어에 각각 물을 붓는 것도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냉장고와 도어가 공유하는 공간이 중복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이는 물이 가득 담긴 냄비와 냄비뚜껑을 합치면 겹쳐지는 공간의 물이 흘러나오는 원리와 같다. 마지막으로 1톤에 가까운 물이 냉장고 내벽에 압력이 가하면 냉장고에 변형이 일어나 실제 용량보다 조금 더 많은 물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공인 규격인증기관인 인터텍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도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LG전자에 따르면 인터텍은 “삼성전자의 실험은 KS규격에 준해 수행되지 않았다”며 “삼성전자가 인터텍의 리포트를 오용한 부분에 대해서 삼성전자측에 공식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도 정부 표준 규격을 위배한 삼성전자의 동영상을 삭제할 것과 이를 보도한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촉구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LG전자는 주장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KS규격을 준수하지는 않았지만 동영상 광고 내용에는 거짓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측정 방법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광고에 허위사실을 넣지 않았다는 점만 부각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들이 냉장고 용량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유머를 가미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며 화면에 자체 실험치 기준임을 명시했고 비교 기준이 동일하며 내용상에 기만이나 허위사실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이번 전쟁을 냉장고 용량 검증으로 확산시키려 하고, 삼성전자는 단순한 광고의 허위 및 과장 문제로 축소시키려 한다. 양쪽이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틀린 부분이 없기에, 소비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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