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O다리’ 놔두면 관절염 우려… 연골재생-교정 치료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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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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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사랑병원 오자형 휜 다리 치료

중년 여성의 휜 다리는 관절 건강의 이상 신호일 수 있다. 연세사랑병원 권오룡 원장이 오자형 다리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제공
중년 여성의 휜 다리는 관절 건강의 이상 신호일 수 있다. 연세사랑병원 권오룡 원장이 오자형 다리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제공
오다리, 안짱다리로 불리는 휜 다리가 아이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이가 들면서 다리가 휘는 사례가 많다. 일종의 ‘후천적’ 휜 다리인 셈이다. 통증도 심하다. 50대의 임미순 씨(가명·경기 광주시)가 그런 경우다.

임 씨는 2년 전 폐경기를 맞았다. 50∼55kg이던 체중은 금세 70kg으로 불었다. 다리도 오(O)자 형으로 벌어졌다. 치마를 입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살을 빼면 나아질까 생각했지만 무릎 통증 때문에 운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통증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임 씨는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을 찾았다. ‘파노라마 뷰’라 불리는 X선을 촬영해 무릎 상태를 확인했다. 무릎 관절 안쪽의 간격이 많이 좁아져 있었다. 이어 정밀검사를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다. 무릎 연골도 손상돼 있었다. 의사는 “무릎 안쪽의 연골만 비정상적으로 닳아 다리가 휘어 보이고 통증이 발생한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임 씨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다리 각도를 교정하고 연골을 재생하는 치료를 받았다.

○ 똑바로 섰을 때 무릎 간격이 5cm 이상이면 휜 다리

후천적인 휜 다리는 무릎 안쪽의 연골 손상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바깥쪽은 그대로인데, 유독 안쪽 연골만 많이 닳아 다리가 휘어 보이는 것. 서양보다 동양,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좌식생활, 가사노동과 관련이 있다.

좌식생활을 오래 하면 무릎 안쪽에 하중을 많이 받는다. 허벅지 뼈(대퇴골)와 정강이 뼈(경골) 사이에 있던 무릎 연골의 안쪽이 닳을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걸레질을 하거나 쪼그려 앉아 빨래하는 동작도 무릎을 손상시킨다.

50대 이후 여성이라면 폐경 때문에 다리가 휠 수도 있다. 폐경기 이후 여성 호르몬의 단백질 성분이 줄어들어 연골이 약해지고, 다치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 연세사랑병원이 41∼60세 여성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병원 연구진은 파노라마 뷰 촬영으로 다리 각도의 변화를 측정했다. 보통 폐경 전이라면 이 각도가 5.8 정도다. 그러나 이미 폐경이 진행된 환자들은 이 각도가 평균 6.9도로 나타났다. 폐경의 영향을 받아 다리가 더 휜 셈이다.

내 다리가 휘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선 양발의 복숭아뼈를 붙이고, 엄지발가락이 서로 닿도록 하고 똑바로 서자. 이때 무릎 사이가 벌어져 있거나 무릎 뼈가 앞이 아닌 안쪽을 향해 있다면 O자형 휜 다리를 의심할 수 있다. 이 병원 박영식 원장은 “똑바로 선 후 무릎 간격을 쟀을 때 5cm가 넘는다면 O자형 휜 다리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손상된 연골 재생과 휜 다리 각도 교정 병행해야

휜 다리는 그저 다리가 휘어 미관상 보기 흉한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무릎 연골이 닳아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연골판이 파열될 수도 있다. 보통 무릎에 하중이 가해지면 관절 전역으로 그 파장이 분산된다. 따라서 염증이 특정 부위가 아니라 넓은 범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다리가 휘면서 연골이 손상된 경우라면 그렇지 않다.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이 안쪽 연골에 집중되며 손상 속도도 빠르다.

박 원장은 “이미 손상된 연골은 스스로 재생되지 않고 계속 범위가 커지기 때문에 상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골반이 처지고 척추가 굽어 어깨가 결리는 등 관절과 골격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휜 다리를 수술로 교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앞에서 사례로 들었던 임 씨도 수술 교정을 통해 상태가 호전됐다. 권오룡 원장은 “휜 다리의 각도를 교정하고, 손상된 연골을 재생시키는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골 손상이 급격히 진행된, 30∼50대 환자는 자신의 조직을 활용해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다. 손상 범위가 2cm² 이내일 때는 혈소판풍부혈장(PRP)주사치료가, 2∼10cm²로 비교적 클 때는 자가 골수줄기세포 연골재생술이 적합하다.

PRP는 연골 재생을 돕는 ‘인체조직’이다. 우선 환자의 혈액을 20∼40CC 정도 채취한다. 원심분리기를 사용해 이 혈액에서 혈소판이 풍부한 부분만을 따로 뽑아낸다. 혈소판이 치유와 응집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만든 게 바로 PRP다. 이 ‘약물’을 주입하면 각종 성장인자들이 손상된 연골이나 인대, 근육에 작용한다. 세포 증식, 콜라겐 생성, 상피세포 성장촉진, 신생혈관 재생 등의 역할을 한다. 약해진 연골이 더 손상되지 않도록 강화시키기도 한다. PRP주사요법은 혈소판만을 120개 이상 농축한 PRP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연골 재생 치료를 전후로 뼈의 정렬을 맞추는, 휜 다리 교정 치료를 해야 한다. 연골 재생 치료만으로는 병의 재발을 막는 근본 치료가 끝났다고 할 수 없다. 자칫 하중이 다시 무릎 관절 안쪽으로 집중돼 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똑바로 선 자세에서 다리를 따라 일직선으로 선을 긋는다. 무릎이 이 선을 벗어난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종아리뼈(경골)의 윗부분을 절개해 비뚤어진 무릎을 바로잡는다. 이렇게 하면 무릎 관절은 보존하면서도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은 분산시킬 수 있다. 이 수술을 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도입해 정밀도를 높였다. 이 수술을 ‘근위 경골 절골술’이라고 부른다. 박 원장은 “50, 60대 환자들에게도 시행 가능하며 인공관절 수술과 달리 자기 관절을 보존할 수 있어 수술 후에도 무릎을 쓰는 운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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