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 해외출장 가도 실시간 화상진료로 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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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당서울대병원 클라우드 기반 원격진료 본격가동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병동에 설치된 55인치 베스트보드 앞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손에 들고 포즈를 취했다. 환자 정보는 베스트보드를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병동에 설치된 55인치 베스트보드 앞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손에 들고 포즈를 취했다. 환자 정보는 베스트보드를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식도암에 걸린 이모 씨(65)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요즘 그는 회복 상태를 대형 스크린과 태블릿PC로 수시로 확인하며 자신감을 얻고 있다.

2년 전에 첫 수술을 받았을 때는 데스크톱 PC에서만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주치의가 수술 직후에 찍은 X선 사진을 보여주며 “잘됐다”고 말했지만 전문지식이 없으니 PC 모니터의 흑백사진을 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PC에서 사진을 불러내는 데도 한참 걸렸다.

지난달 두 번째 수술을 받고 난 뒤에는 병원의 서비스가 눈부시게 발전했음을 실감했다. 주치의는 이 씨를 병원 복도로 데려온 뒤 55인치 대형 모니터를 켰다. ‘베스트보드’라는 터치스크린이었다.

이 씨가 수술 전후에 찍은 양전자단층촬영(PET) 영상, X선 사진, 심장 맥박 지수, 음식 섭취량이 한꺼번에 보였다. 주치의는 3차원 입체영상인 PET와 X선 사진에서 목 주변의 수술 부위를 확대했다. 식도의 상태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주치의는 “가슴을 열고 수술을 했는데도 폐나 위에 합병증이 없다”며 컬러사진으로 환자를 안심시켰다.

이 씨는 병실에서도 태블릿PC로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주치의는 회진을 돌면서 수술 후 상처가 아문 정도를 매일 보여준다. 이 씨가 퇴원하기 전에 항암치료 일정까지 잡아놓았다.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원격진료 시스템을 갖춘 분당서울대병원은 환자 진료 정보를 융합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 해외서도 원격진료 지시

베스트보드의 등장으로 원격진료가 속도를 내고 있다. 환자들은 한 박자 빠른 처방과 진료 혜택을 본다.

폐암 수술을 받고 일반 병실로 옮긴 장모 씨(45)는 최근 한밤중에 흉부 통증을 호소했다. 수술로 절개된 부분에서 출혈이 생겼는지, 아니면 수술 후 나타나는 단순 통증인지 알 수 없었다. 주치의 전상훈 교수(흉부외과)도 수술 직후 미국으로 출장을 간 뒤였다. 전공의들은 장 씨의 치료 정보가 담긴 베스트보드를 켜고 전 교수에게 ‘장 씨의 상태를 확인하세요’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남겼다.

전 교수의 메시지는 5분 뒤 베스트보드에 떴다. ‘출혈이 생기지 않았다. 진통제 투여 후 발열 여부를 다시 체크하라.’ 전 교수는 미국에서 태블릿PC를 켜서 장 씨의 호흡 맥박 혈압 체온을 즉시 확인하고 최근에 찍은 PET 사진과 전공의들의 검사 결과를 살펴본 뒤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예전에는 해외로 출장 나간 주치의가 환자 진료기록을 조회하기도 힘들었다. 전공의와 통화해도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데 30분 이상이 걸린 점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나 마찬가지다.

이에 앞서 분당서울대병원은 주치의들에게 태블릿PC를 지급했다. PC는 클라우드 기반 모바일 진료정보시스템에 연결돼 있다. 클라우드 기반은 다양한 형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아 필요한 정보를 빠른 속도로 제공한다.

베스트보드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에다 한층 빠른 날개를 달아줬다. 전 교수는 “베스트보드는 환자 진료정보를 하나씩 불러내지 않고 한꺼번에, 한눈에 보여준다. 의료진의 서비스가 2년 전에 비해 3.5배가량 빨라지고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 기종 달라도 정보 조회 OK

주부 박모 씨는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그 역시 치료제를 처방받는 시기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한다. 이 일은 지난해까지 남편이 맡았다. 남편의 스마트폰만이 병원 진료정보시스템에 연결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마트폰 기종이 달라 겪는 불편은 지난달 분당서울대병원이 ‘네트워크 서비스’를 실시한 직후부터 사라졌다.

병원 안에서 환자 투약정보는 근거리 원격 통신인 전자테그(RFID)를 통해 실시간으로 베스트보드에 전송된다. 환자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투약 정보를 즉각 확인할 수 있다. 베스트보드는 이용자의 단말기를 가리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다. 스마트폰 기종이 달라도 언제든지 진료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병원 측은 내년 2월부터 베스트보드에 화상채팅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화상통화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가진 환자와 주치의는 실시간 화상통화를 할 수 있다. 병원 안의 의료진은 베스트보드에서 화상통화 내용을 보면서 지금보다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병원을 자주 찾는 환자들의 불편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융합의 산물인 베스트보드는 많은 정보를 모아 한눈에 펼쳐주기 때문에 유연하고도 빠른 협진 체제를 도와준다.

종전에는 협진팀이 구성되면 전공의들이 환자의 증세에 대한 여러 진료 과의 검사 결과와 소견을 일일이 컴퓨터에서 불러와 복사를 한 뒤 교수들에게 나눠줬다. 원터치스크린은 이런 과정을 건너뛰도록 도와줬다. 진료과목이 달라도 검사 및 진료정보가 한 번에 뜬다. 이 병원의 황희 의료정보센터장은 “평소 협진팀이 구성되지 않아도 전문의 다수가 베스트보드 앞에 모여 수시로 협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엽 병원장은 “클라우드 도입 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힘스 애널리틱스(HIMSS Analytics)에서 의료정보화 최고 수준인 7단계 인증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획기적인 시스템 개발로 환자 중심의 서비스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 클라우드 기반 원격진료시스템 ::

클라우드(cloud)로 표현되는 인터넷상 가상 서버에 환자의 정보나 치료 현황 등 각종 병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올려놓고 의료진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각종 모바일 기기로 언제 어디서든지 클라우드에 접속해 환자의 데이터를 공유하며 원격 진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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