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우울증 친구에 운동·여행 권유? NO… “오히려 스트레스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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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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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단순한 감정 문제 아니라 뇌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
기분전환보다 치료 차원에서 접근해야

《요즘처럼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가는 시기에는 우울증 환자가 많이 생긴다. 지금까지 치료를 잘 받던 환자들이 더 우울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늦가을 무렵부터 줄어드는 일조량은 우울증상 악화의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도 늘어난다.》

해외 조사에 따르면 자살한 사람이 그 한 달 전 1차 의료기관, 즉 개원의를 찾는 비중이 76%나 됐다. 그만큼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가천의대 길병원 이유진 정신건강의학 교수는 “진료실에서 만나는 우울증 환자들은 매우 다양한 그들만의 언어로 자신의 증상에 대해 이야기한다”면서 “1차 의료 단계에서 자살의 위험징후를 파악하고 경청해 환자의 감정표현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환자가 사후세계를 동경하는 표현을 자주 하거나 중요한 소유물을 남에게 주는 등의 행동을 보이면 인근 정신과로 진료를 의뢰하거나 지역 자살예방센터로 안내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우울증 환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 우울증은 우울하기만 하다?

우울증으로 진단된 환자의 70%는 진단받기 전에는 우울증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못한다.

이 교수는 “우울한 감정보다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언어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서 △몇 개월간 지속된 원인 모를 두통으로 신경과에서 검사를 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하거나 △6개월 전 실직 당한 이후로 소화가 되지 않고, 뭐가 걸린 느낌이 지속되어 소화기내과에 가보면 신경성이라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자주 나와 심장내과에 들렀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30% 이상의 우울증 환자가 초기에 우울함과는 상관없는 심혈관계 증상, 비뇨기계 증상, 두통 등 신경학적 증상 등 신체 증상을 호소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이런 증상은 우울증의 진단을 지연시켜 치료가 늦어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언급했다.

○ 전문의 진료를 권하라

우울증은 뇌에서 분비되는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장애에서 비롯된다. 단순히 좋지 않은 감정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뇌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 역시 기분전환의 측면보다는 치료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울증은 방치했을 경우 뇌의 인지기능이 손상돼 다양한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환자에게 기운을 내라고 여행이나 운동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환자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울증은 전신에 영향을 미쳐 근력을 약화시키고 매사에 의욕을 저하시키기 때문. 이런 신체적 조건을 갖고 일반인처럼 운동이나 여행을 시도하면 환자에게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이보다는 곁에서 환자를 이해하고 위로해 주며, 환자가 실천해야 할 일상적인 활동을 지켜보는 방법이 큰 도움이 된다.
○ 도움이 되는 기관 소개

우울증 환자를 위한 사회적 제도나 기관은 주변에 의외로 많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블루터치(www.blutouch.net/index.php)는 1994년부터 지역사회 정신보건사업을 시작했다. 다양한 재활과정을 통해 사회의 구성원 역할을 하도록 돕는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1577-0199, suicide.blutouch.net/page/suicide_know.php)는 24시간 운영되는 상담전화를 통해 자살로 인한 가족의 고통과 사회적 손실을 예방한다.

전화 상담을 통해 자살시도 경험과 충동 여부, 자살에 대한 인식과 계획 등 자살 위험성을 평가하고, 자살 도구가 있다면 버리도록 유도한다. 만약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되면 119구조대나 112가 출동하여 자살을 막으려 한다.

경기도광역정신보건센터(031-212-0435)는 지역 내 31개 정신보건센터를 통해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만성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사회복귀 교육과 주거시설을 지원한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자살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2007년 설립된 단체다. 자살예방사업, 위기개입사업, 사후관리사업으로 나눠 사업을 시행한다. 한국자살예방협회(02-413-0892, 3)는 남겨진 가족들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도움말=박원명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황태연 용인정신병원 지역정신보건부장)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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