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들고]폐경 오면 그저 참고 견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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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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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우울증은 치료 받아야


50대 주부들은 ‘빈 둥지 증후군’에 걸리기 쉽다. 중년 여성은 모두가 떠난 빈 둥지를 혼자 지키고 있는 어미 새의 처지처럼 상실과 좌절을 맛볼 수 있다.

안정적인 지위를 가지게 된 남편과 독립한 자식 사이에서 중년 여성이 느끼는 심리적 고충은 상상외로 크다. 여기에다 이 즈음에 찾아오는 폐경은 ‘여성으로서의 종결’을 선고하는 불청객이 될 수 있다. 폐경기엔 여성의 몸과 마음이 심하게 피폐해지기 쉽다.

중년 여성들의 자아 정체감이 과거보다 개선됐다고는 하나 아직도 많은 한국의 어머니들은 자신보다 가족의 안위를 먼저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 진료실에서도 수많은 환자들 중 중년 여성들이 마음의 병 때문에 힘겨워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얼마 전 폐경을 맞은 한 여성이 “시간이 지나면 우울증이 사라지나”라고 물었다.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더니 환자는 당황했다. 이런 경우를 볼 때면 폐경 전문의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대한폐경학회는 1999년부터 11월을 ‘폐경 여성의 달’로 선포하고 폐경에 대한 각종 행사와 강좌를 열고 있지만 아직도 폐경에 대한 오해와 정보 부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폐경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폐경기는 모든 여성이 겪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그저 참고 견디면 지나가는 일종의 사추기(思秋期)’라는 생각이다. 안면홍조나 식은땀 등의 신체증상은 시간이 지나면 일부 줄어들기도 하지만 불면증이나 우울감 같은 증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에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또 폐경 후에는 비뇨생식계의 위축과 피부 노화, 뼈엉성증(골다공증), 고혈압을 포함한 심혈관 질환, 기억력의 장애뿐 아니라 대장암을 포함한 각종 암의 발생률이 높아진다.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소위 ‘…카더라’ 식의 이야기를 너무 맹신하는 풍조도 폐경에 대한 오해를 불러온다. 한창 치료를 통해 증상을 관리하던 환자들도 ‘건강기능식품을 먹으면 약 먹는 것보다 낫더라’ 같은 주변의 이야기만을 듣고 갑자기 약 복용이나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골감소증이 있는 폐경 여성이 폐경기 골 소실을 막아주는 치료를 중단하면 골 소실은 다시 진행된다. 운동과 칼슘 복용만으로 골 소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치료를 중단할 때는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박형무 중앙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박형무 중앙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호르몬 요법에 관한 오해도 줄지 않고 있다. 폐경 증상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 감소로 나타나므로 이를 보충해 주는 호르몬 요법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유방암이 발생하거나 체중이 증가한다’는 말만 듣고 이 요법을 기피하는 실정이다.

폐경기는 여성 건강의 주요한 변곡점이다. 가족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더불어 여성 스스로 치료에 대한 오해의 시선을 걷어내기 바란다. 그래야 폐경이 여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박형무 중앙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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