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의 미래 사람에 달렸다]<2>페터 풀데 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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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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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연구원 4명에 방문연구원 100명 넘어”
국적불문 우수연구자 문호개방… 세미나-워크숍 수시로 개최

페터 풀데 전 막스플랑크연구소장은 신생 연구기관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외국의 우수한 연구자에게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제공
페터 풀데 전 막스플랑크연구소장은 신생 연구기관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외국의 우수한 연구자에게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제공
35세의 ‘어린’ 나이에 프랑스 막스 폰 라우에-폴 랑주뱅 연구소 이론연구소장으로 발탁됐고, 38세에는 독일 막스플랑크 고체물리연구소장에 임명돼 19년간 재직, 57세엔 드레스덴에 설립된 막스플랑크 복잡계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선정돼 14년간 재직….

페터 풀데 전 막스플랑크연구소장(75·현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장)의 경력은 화려하다 못해 경이롭다. 그는 막스플랑크연구소 80개 중 두 곳의 소장을 지냈으며 이 중 3년간은 화학물리학기술분과 위원장을 겸임하기도 했다.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든 세계적 연구소의 리더 역할을 두 곳에서 33년간 한 것이다.

○ 우수한 연구원에겐 국경 없는 문호 개방

풀데 소장은 1993년 세워진 복잡계연구소를 단기간에 막스플랑크의 ‘스타 연구소’로 만든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독일 정부는 통일 후 옛 동독 지역에 막스플랑크연구소 20여 개를 설립하기로 했고 연구 분야별 세계적 석학을 찾아 소장 자리를 제안했다. 풀데 소장이 처음에 요청받은 자리는 비선형동역학연구소장이다. 그가 상전이(相轉移·액체가 고체로 바뀌는 등 물질의 상태 변화를 일컬음) 분야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상전이를 포함한 응집물질물리에서는 복잡계(Complex System) 연구가 매우 중요해 복잡계연구소를 만들겠다고 다시 제안했다”고 말했다.

복잡계연구소는 드레스덴에 자리 잡았다.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도시의 90% 이상이 파괴됐고 통독 이후에도 침체된 도시였다. 복잡계연구소도 가건물에서 시작했다. 풀데 소장은 매트리스를 깔고 숙식을 하며 연구소를 성공시킬 방법을 찾았다. 그는 ‘물리학계를 섬기는 연구소’, 즉 ‘철저히 연구자 중심의 연구소’라는 모토를 내걸었다. 국적을 불문하고 우수한 연구자에게는 복잡계연구소를 개방하고 연구자들이 연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새로 생긴 연구소가 정착하려면 외부에서 우수한 연구자가 몰려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주연구원은 4명만 두고 방문연구원 100여 명이 최대 5년간 머물면서 연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워크숍, 세미나, 심포지엄도 자주 열었다. 매년 약 1500명의 과학자가 여기에 참석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내며 복잡계연구소의 성장을 도왔다. 드레스덴도 덩달아 유럽의 대표적인 과학기술도시로 탈바꿈했다.

○ 뽑을 땐 까다롭고 뽑은 뒤엔 자유 주고


막스플랑크연구소가 63년간 노벨상 수상자 19명을 배출하며 학문적으로 성공을 거둔 비결로 풀데 소장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연구소장 선정 절차’를 꼽았다. 풀데 소장은 “선정위원회가 각 연구소에서 적임자를 추천받은 뒤 연구계획서를 받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은 탈락시킨다”면서 “선정위원회를 통과한 후보자들은 분과위원회의 투표를 거쳐 막스플랑크연구협회 평의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장 한 명 뽑는 데 평균 6개월이 걸린다. 3년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 풀데 소장은 “막스플랑크연구소장은 한번 맡으면 평생 할 수 있는 ‘종신직’인 만큼 뽑는 데 공을 많이 들인다”면서 “뽑았으면 믿고 맡기며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게 막스플랑크 문화”라고 말했다.

풀데 소장은 특히 20, 30대 젊은 연구자를 육성하고 배출해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연구자와 소통해 독창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연구소장에게는 필수”라고 말했다. 2007년부터 포스텍에 있는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장으로 재직 중인 풀데 소장은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연구원장에 대해 “학문적 능력과 정치적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과학벨트, 인재유치가 성공 열쇠”▼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설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 유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조사가 나왔다. 한국공학한림원(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11일부터 18일까지 회원 77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과학벨트의 성공 조건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224명 가운데 93명(41.52%)이 ‘우수한 인재 유치 및 글로벌 리더 육성’을 1순위로 꼽았다고 25일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장에 대해서는 ‘최고경영자 운영 능력이 있는 과학자’(61.44%)를 뽑아야 한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또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연구의 자율성 보장 및 일정 기간 테뉴어(정년 보장) 제도 운영’(36.17%)이 이뤄지는 게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포항=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막스플랑크연구소::

독일 전역에 76개, 해외에 4개(미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브라질) 등 80개가 있다. 분야별로 ‘화학물리학기술분과’ ‘생물학의학분과’ ‘인문사회과학분과’에 소속되며 최상위기구인 막스플랑크연구협회의 지휘를 받는다. 막스플랑크연구소 하나는 우리나라 과학벨트에 생기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단(사이트랩)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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