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망토’ 보일듯 말듯… 10년내 상용화 부푼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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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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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다양화로 가속도

공공장소에서 태블릿PC, 스마트폰, 지갑 등 소지품을 그냥 놔두고 화장실에 다녀온다. 이 제품 하나면 도난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피라미드 또는 종 모양으로 생긴 덮개 형태의 ‘투명망토’만 씌우면 소지품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투명망토는 이제 영화나 소설의 장치가 아니다.

투명망토 소재가 속속 개발되면서 10년 이내에 제품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명망토의 대명사가 된 메타물질과 한 달 전 새롭게 등장한 방해석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메타물질 대 방해석, 승자는 어느 쪽일까.

○ 메타물질 한 단계 업그레이드

투명망토의 재료로 가장 유명한 것은 메타물질이다. 메타물질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과 달리 금속이나 실리콘 등으로 만든 인공 소재이다. 이 물질은 빛을 반사하거나 투과시키지 않고 물질 주위를 돌아가도록 만든다. 우리 눈에는 메타물질과 그 안의 물체는 보이지 않고 뒤 배경만 보인다. 이런 특성을 자연스러운 굴절과는 다르다고 해 ‘음의 굴절’이라고 부른다.

2006년 메타물질이 처음 개발됐을 때는 얇은 필름 형태였다.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지금도 가릴 수 있는 물체의 크기가 수 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로 작다. 메타물질로 이루어진 투명망토의 일부가 불투명하게 보이거나 한 색깔의 빛에만 반응하는 등의 한계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메타물질이 불투명해지는 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코스타스 소쿨리스 미국 아이오와대 물리천문학부 교수팀은 메타물질에 빛을 내는 염료를 첨가해 투명하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메타물질은 빛을 굴절시키는 동시에 일정 부분을 흡수해 불투명한 부분이 생긴다. 빛을 발산하는 물질이 불투명해진 부분을 상쇄해 투명해지는 원리다.

미국의 첨단 소재 기업인 프랙털안테나시스템은 여러 파장의 빛에서 물체를 숨기는 메타물질 투명망토를 개발해 지난해 12월 유튜브에 공개했다. 각기 다른 빛에 대해 음의 굴절률을 가진 메타물질을 교묘하게 결합한 것이다. 우정원 이화여대 양자메타물질연구센터장은 “앞으론 빛의 흡수를 줄이는 방식과 여러 파장에서 작용하는 방법이 결합되는 쪽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방해석, 파란빛에서는 투명도 떨어져

인공물질이 아닌 자연 상태의 물질도 새로운 투명망토 재료로 떠올랐다. 솽 장 영국 버밍엄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와 존 펜드리 임페리얼대 물리학과 교수팀이 방해석을 이용해 가시광선 영역에서 작용하는 투명망토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지난해 12월 15일 과학학술지 ‘네이처’ 온라인 뉴스에 실렸다.

교수팀은 방해석의 ‘복굴절’ 특성을 이용했다. 복굴절은 빛이 닿은 뒤 서로 다른 두 방향으로 나뉘어 나가는 현상이다. 방해석 결정을 통해 물체를 보면 두 개로 보이는 현상이 그 예다. 이들은 방해석 결정 방향을 달리하면서 빛의 굴절을 조절해 물체를 숨겼다. 방해석 두 조각을 붙여 피라미드 같은 형태로 만든 뒤 바닥에 쐐기 모양의 틈을 만들었다. 그 공간에 물체를 넣자 밖에서 안의 물체가 보이지 않았다. 이 투명망토는 자연광에서 작은 머리핀 크기의 물체를 안 보이게 하는 데 성공했지만 파란 빛에서는 물체가 다 가려지지 않았다. 아직 일부 파장에서 완벽하지 않다는 증거다.

우 센터장은 “방해석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어 메타물질보다 저비용으로 손쉽게 투명망토를 만들 수 있다”면서도 “음의 굴절률을 이용해 나노 크기의 물체를 확대해 보는 ‘슈퍼 렌즈’나 잠수함의 표면을 감싸 레이더에 잡히지 않게 만드는 ‘스텔스’ 분야에서는 메타물질이 계속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세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ju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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