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동물, 습도 60%-온도 22도 맞춰 특급 경호

식약청-질병관리본부 등 오송의료행정타운 이전 본격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직원이 충북 청원군 오송면 보건의료행정타운으로 옮길 실험용 쥐(왼쪽)와 토끼(오른쪽)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식약청이 매년 연구에 사용하는 실험동물은 10여 종, 3만여 마리.식약청은 이 중 고가(高價) 희귀종을 골라 오송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사진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청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소비자담당관을 시작으로 충북 오송의 보건의료행정타운으로 내년 3월까지 이전한다. 보건의료행정타운은 오송 단지 40만 m²의 터에 건물 총 19동, 총면적 14만 m² 규모로 세워졌다. 정부과천청사와 비슷한 규모다. 이곳엔 식약청을 비롯해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원, 보건산업진흥원, 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 이전한다. 식약청의 경우 행정부서 이전을 12월 23일까지 마치고 실험동물은 내년 3월에 옮긴다.》

○ 업무는 오송에서, 가족은 서울에

6대 기관의 기관장은 가족을 서울에 남겨놓고 혼자 관사나 사택에서 지낼 예정이다.

노연홍 식약청장은 “정부에서 지원받은 1억 원으로 112m²(34평)짜리 아파트를 전세로 구했다”며 “서울 일정은 수요일에 모아서 하루에 다 처리하고 나머지 요일엔 오송에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 청장의 서울 집무실은 서울지방식약청(양천구 목동)에 만들었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도 “월∼금요일에는 혼자 관사에서 생활하고 주말엔 서울 집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법완 보건산업진흥원장,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 이상용 보건복지인력개발원장도 사택을 전세로 구할 예정이다. 충북대 의대 교수인 조명찬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충북 청주가 집이지만 일을 위해 관사를 따로 구했다.

○ 전문인력 부족 우려

식약청에선 오송 이전을 앞두고 그만둔 인원이 정규직 27명, 계약직 270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이미 정규직 40명, 계약직 300명이 그만뒀다. 강봉한 식약청 운영지원과장은 “정규직 필요 인원의 2배수인 62명을 미리 뽑아 인력 공백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계약직의 경우엔 충북, 충남, 대전 지역의 대학에서 300명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약사 정규직의 경우 올해 20명 모집에 15명밖에 못 뽑은 것처럼 전문인력 부족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는 의료 인력의 이탈을 걱정하고 있다. 공보의의 경우 매년 지원을 받아 20명씩 선발했는데 오송으로 옮긴 뒤에도 지원을 할지 미지수다. 식약청은 관사 제공과 같은 특단의 대책도 고려하고 있다. 또 1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인원도 지난해 60명에서 올해는 80명으로 늘어 이들의 복귀도 미지수라는 분위기다.

○ 실험동물 수정란으로 이송

식약청 등이 실험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동물들의 이송도 관심사. 옮길 예정인 실험동물 1300마리 중 쥐가 가장 많다.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기는 등줄쥐는 20년 전 야생에서 잡아 실험실에서 번식시켜 한탄바이러스를 없앤 귀한 몸이다. 또 치매쥐, 당뇨병쥐, 유방암쥐 등 형질전환쥐 역시 마리당 1000만 원에 달한다. 이송 동물 중엔 마리당 400만 원 하는 원숭이 3마리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방사선으로 완전 멸균한 골판지 박스에 넣은 뒤 습도 60%, 온도 21∼22도를 유지하는 특수차량 두 대에 나눠 이송한다. 또 수정란 7500개, 정자 300여 종을 생식동결세포저장용 질소탱크(70L) 3개에 넣어 옮긴다. 이들을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은 3300만 원.

김철규 식약청 실험동물자원 과장은 “수정란으로도 운반할 예정”이라며 “이 경우 7500마리를 트럭 두 대에 운송하는 효과가 있고 운송 도중 실험동물에 문제가 생길 경우 수정란을 대리모에 이식해 번식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실험이 종료된 쥐 종류와 큰 동물(개, 거위, 닭, 칠면조)은 안락사시킬 예정이다. 실험동물자원과는 지난해 3만 마리에 달했던 실험동물의 수를 올해 초부터 번식을 억제해 6000마리로 줄였다. 이 중 건강 상태를 살펴 내년 초 1300마리를 추릴 예정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