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반도에도 뿔공룡 살았다

경남 고성군에서 발견된 신종 공룡의 턱뼈 화석. 턱뼈 길이는 10cm 정도로 공룡의 몸집은 사람보다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선 뿔 공룡인 아르케오케라톱스(아래)와 유사한 신체 특성을 갖지만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신종 공룡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경남 고성서 신종 화석 발견
9000만년 전 백악기 서식

경남 고성군에서 중생대 백악기의 대표적 초식 공룡인 트리케라톱스와 프로토케라톱스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신종 공룡의 턱뼈 화석이 발견됐다. 이 공룡은 세계적으로 새로운 종류의 공룡인 데다 뿔이 있는 공룡의 화석이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임종덕 박사와 부경대 지구고환경연구실 김현주 연구원 등은 4일 “고성군 월평리 퇴적암 지층에서 길이 10cm 크기의 공룡 아래턱 화석을 발견해 정밀 분석한 결과 약 9000만 년 전인 백악기에 살던 뿔공룡 화석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턱뼈 화석은 왼쪽 아래턱의 일부로 이빨 8개 모양이 생생하게 남아있을 만큼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이 화석은 지난해 9월 부경대 연구원들이 처음 발견했다.

척추고생물학자들은 이 화석이 중국에서 발견된 백악기 초기 아르케오케라톱스와 리아오케라톱스 등의 뿔공룡과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것과 전혀 다른 신종 공룡으로 보고 있다. 공룡의 몸집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뼈나 발자국 화석을 추가로 발견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로는 사람보다 작은 소형 공룡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팀은 다른 나라에서 발견된 뿔공룡과 비교 연구가 끝나는 대로 화석이 발견된 고성군의 이름을 딴 새 학명을 지어 국제학술지에 게재할 계획이다. 이번 발견은 지난달 23∼26일 영국의 브리스틀에서 열린 제69차 세계척추고생물학회에서 처음 보고돼 각국 공룡 학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한반도에서는 그동안 경남 고성군 하동군, 전남 여수시 해남군 화순군, 경기 화성시 시화호 일대에서 공룡과 익룡 발자국과 부분 골격, 공룡알 화석 등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으로 중생대 백악기 한반도가 다양한 초식 공룡과 육식 공룡이 살던 ‘공룡의 낙원’이었다는 학설이 더욱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 박사는 “한반도에도 뿔공룡이 살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하는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