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우리몸의 경고등 熱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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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인플루엔자A(H1N1)로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열(熱)이다. 열은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경고등이다. 신종플루 발열 기준은 37.8도. 일반적으로 말하는 정상체온은 입안에서 재는 체온으로 오전에 37.2도 이하, 오후에 37.7도 이하다. 열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바이러스나 세균의 확산을 막아 인체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

신종플루로 관심 높아진 ‘열’ A to Z

바이러스·세균·약물·격한 운동… 열 발생시키는 요인
열의 효능에 대해선 “살균력 증진”“열량소비” 평가 갈려

○ 열은 뇌에서 조절한다

우리 몸은 주위 기온이 변함에도 불구하고 시상하부에서 근육이나 간을 통해 열을 생산하거나 소모하는 방법으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을 ‘체온중추’라고 한다.

체온중추는 뇌의 시상하부에 있다. 세균 바이러스 감염 같은 이유로 체온중추가 미리 지정해 높은 체온의 범위로 바뀌게 되면 그에 따라 체온이 상승한다.

이와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으로 ‘고온증’라는 것이 있다. 과도한 운동을 하거나 주위 온도가 너무 높으면 열이 우리 몸에서 빠져나가지 못해 생기는 것이다.

열을 발생시키는 원인은 많다.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병원체, 면역 반응, 여러 가지 약물이 열을 발생시킬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외부 발열체가 직접 체온을 높인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러한 물질들이 내부의 발열체, 특히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을 분비하게 해서 발열이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열과 함께 동반되는 식욕부진, 피로감, 허리통증, 근육통, 관절통, 두통도 이러한 사이토카인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스피린, 타이레놀 같은 해열제는 사이토카인 생성 물질을 막아 열을 내리는 것이다.

○ 열은 몸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구강체온이 36.8도 정도 된다.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식사를 하면 대사활동이 증가돼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체온은 구강, 겨드랑이, 항문, 고막에서 측정할 수 있다. 구강과 항문에서 측정한 체온이 비교적 체온을 잘 반영한다. 구강의 경우 입으로 숨이 들락날락하면서 온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구강 체온은 항문 체온보다 0.4도 정도 낮게 측정된다.

여성은 배란과 월경 시기에 체온이 0.6도 상승한다. 노인은 피부 온도가 젊은이보다 1∼1.5도 낮다. 대개 고막체온은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체온을 측정해서 보정하는 방식에 따라 항문체온에 비해 0.8도 정도 낮게 측정되기도 한다.

구강체온이나 항문체온은 가정에서 측정하기는 번거롭다. 최근 가정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정확도를 높인 전자 고막체온계가 많이 판매되고 있다.

○ 열은 이로울 수도 해로울 수도 있다

발열이 우리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실험실에서 온도를 높이면 면역세포 탐식능력, 살균력, 세포 살해능력이 커지고 인터류킨이라는 물질에 의해 매개되는 면역반응이 더 활발해진다. 가령 균이 침투하면 면역세포가 그 균을 먹거나 살해하는 면역반응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폐렴균에 감염된 토끼에게 발열을 억제시키면 폐렴구균에 의한 사망률이 증가한다.

따라서 열은 우리 몸에 해로운 물질에 대한 공격능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인체 내에서 발열로 인해 면역반응이 높아지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발열을 그대로 두는 것이 생존율 향상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 있지 않다.

열은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을 유발하고 실제적 손실을 준다. 체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산소 소비량이 13% 증가하고 열량 소비와 수분 증발도 늘어난다. 이런 과정은 신체 장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오한처럼 근육을 떨게 해 근육 대사를 촉진한다. 이로 인해 체중이 줄어들기도 한다. 임신 초기에 열이 37.8도 이상 오르면 태아에게 신경관 결손이 생길 위험성이 2배나 높아진다.

박경희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 때 동반되는 열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좋아지지만 소아환자, 심혈관환자, 만성폐질환자, 노인성 치매환자, 41도 이상의 고열이 나는 환자, 임신부는 열이 나면 해열제를 사용해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이가 열이 나면서 전신경련이 일어나는 열성경련이 있으면 반드시 해열제로 체온을 내려줘야 한다. 열이 날 때 땀을 흘려서 열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생각에 이불을 덮어 땀이 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소아 체온이 더 높아지므로 피해야 한다. 아이가 열이 나면 미지근한 물을 수건에 적셔 몸을 닦아준다. 찬물이나 얼음찜질을 하면 체온이 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한다. 이마에 찬 수건을 놓는 것은 심리적인 치료는 될 수 있으나 열을 내리는 방법으로는 적당치 않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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