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유행 맞지만 우리가 이기고 있다”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9분


학교 손 닿는 곳마다 소독 신종 인플루엔자가 확산되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광희초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락스와 소독약을 이용한 소독이 이뤄지고 있다. 원대연  기자
학교 손 닿는 곳마다 소독 신종 인플루엔자가 확산되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광희초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락스와 소독약을 이용한 소독이 이뤄지고 있다. 원대연 기자
공항선 멸균티슈 배부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직원들이 입국자들에게 신종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 신고안내서와 멸균 티슈를 나눠주고 있다. 인천=박영대  기자
공항선 멸균티슈 배부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직원들이 입국자들에게 신종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 신고안내서와 멸균 티슈를 나눠주고 있다. 인천=박영대 기자
다른 나라보다 감염자 적고 관리만 잘해도 유행 감소
‘심각’단계 상향 검토안해

신종 인플루엔자A(H1N1)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호주는 총인구 2000여만 명의 20%에 이르는 사람이 감염될 것을 우려했다.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겨울을 나야 했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 기간 전체 인구의 0.17%인 3만433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147명으로 0.4%의 사망률이었다. 계절성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관리만 잘하면 걱정할 필요 없어”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28일 브리핑에서 호주 사례를 강조했다. 전 장관은 “호주는 백신이 없어도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항바이러스제를 잘 투여하는 등 제대로 대처만 하면 유행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전 장관은 이어 “영국과 호주의 예상 시나리오에 기초해 만든 복지부의 초안 보고서가 27일 보도돼 공포감을 준 점은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그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없으며 신종 인플루엔자는 관리만 하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경보 단계를 최고 등급인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심각 단계는 대유행을 뜻한다.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하면 정부는 지역, 기업, 시설의 모든 행사를 금지할 수 있다. 감염이 확산될 수 있는 여지는 모두 차단하는 것. 전 장관은 “지역감염이 늘어나고 있지만 평소 계절성 인플루엔자 유행 수준인 1000명당 2.6명에도 미치지 않아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브리핑에 동석한 박승철 국가신종인플루엔자자문위원장(삼성서울병원 교수)은 대유행으로 봤다. 지역감염이 이미 일반화됐기 때문에 나온 판단이다. 박 위원장은 “지역감염이 일반화됐기 때문에 의학적으로는 대유행이다”며 “그러나 신종 인플루엔자와의 전쟁에서 우리가 이기고 있다는 점을 국민이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지 4개월이 됐지만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감염자나 사망자가 적다는 것. 대유행에 대한 견해는 전 장관과 다르지만 공포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현명한 대처 중요

박 위원장은 “이제는 감염자나 사망자가 얼마나 늘어나는가 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수치에 주목하는 것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보건당국에 신고된 감염자는 3705명이다.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몸에 지닌 채 살아가지만 실제 발병하는 사람은 10% 정도라는 것이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집계되지 않은 감염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감염자는 수십만 명을 넘을 수도 있고, 감염됐다가 자연 치유된 사람은 수만 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날씨가 서늘해지는 10월과 11월에 지금보다 더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박 위원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자는 5월 1.3명에서 6월 5.9명, 7월 39.6명으로 늘었다가 가장 무더운 8월에 93.4명으로 껑충 뛰었다는 것.

박 위원장은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주문했다. 면역력이 강한 젊은층은 발열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으며 하루 정도 집에서 푹 쉰 후에도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에 가라는 것. 고위험군의 경우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병원에 가야 하지만 예방 차원에서 병원에 가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항바이러스제를 먹는다고 해서 신종 인플루엔자를 예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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