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연료 보조펌프 이상 가능성

  • 입력 2009년 8월 7일 02시 59분


나로호(KSLV-I)의 지상시험용 발사체가 나로우주센터에 설치된 발사대에서 연료 주입 시험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KSLV-I)의 지상시험용 발사체가 나로우주센터에 설치된 발사대에서 연료 주입 시험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러 시험과정서 오류 발생
몇개월 이상 발사 연기될 수도
韓 중량급 엔진 자체개발 나서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발사가 또 미뤄지면서 계속되는 연기 사유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6일 “러시아 측이 수행한 1단 엔진의 연소 시험 과정에서 연료인 등유(케로신)와 액체산소를 공급하는 터보펌프 압력을 조절하는 보조펌프의 회전수가 정상치보다 높게 나타났다”며 “러시아 측이 현재 진행하는 원인 분석이 끝나야 최종 발사일을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나로호는 12∼18일에 발사하지 못하면 몇 개월 뒤로 발사가 연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로호의 로켓 엔진을 공급한 러시아 NPO에네르고마시사가 이번 연소 시험 외에 추가시험을 2차례 더 앞두고 있어 미검증 로켓을 도입했다는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발사는 2005년, 2007년 말, 2008년 말, 올해 2분기, 지난달 30일, 이달 11일 등 이미 6차례나 연기된 바 있다.

우주전문가들은 먼저 미국 등 우주개발 선진국조차 발사를 돌연 연기하는 사례가 흔히 있다고 말한다. 만일 발사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기 전 마지막 순간 기술적 결함이 발견되면 발사는 즉시 중단된다. 지난달 15일 발사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인데버 호도 발사 직전 연료공급장치 이상 등으로 6차례나 발사가 연기된 바 있다. 나로호 역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발사 15분 전까지 결함이 발견될 경우 언제든 발사가 중지된다. 교과부가 6일 밝힌 연기 사유도 발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최종점검 단계에서 일어난 단순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보조펌프의 비정상적인 수치가 구조적인 결함일 경우 발사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나로호는 300km 상공까지 위성을 실어 나르는 1단 로켓을 러시아가, 과학기술위성 2호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상단로켓을 한국이 각각 나눠서 개발하고 있다. 교과부는 1단 로켓 엔진은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2011년 개발을 목표로 하는 신형 앙가라 발사체(RD-191M)를 변형한 RD-151모델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 모델이 단 한 차례도 발사된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나로호의 1단 로켓이 시험 중인 로켓의 시험용 로켓이며 앞으로도 ‘기술적 문제’가 더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2002년 자체 개발한 액체로켓 KSR-III 발사에 부분 성공한 것을 빼고 170t급 대형 액체로켓을 개발한 경험이 없다. KSLV-I 사업은 2004년 한-러가 공동 개발하는 방향으로 결정됐지만 러시아가 돌연 태도를 바꿨다. 1단 엔진 기술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후속사업이던 KSLV-II와 KSLV-III도 발사시기가 2018년 이후로 재조정됐다. 항우연은 2002년 이후 중단했던 30t급 엔진 개발을 지난해 재개한 데 이어 현재는 75t급 엔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까지 1.5t급 실용 인공위성을 실어 올릴 로켓 발사 능력을 확보하고 2020년 달에 탐사선을 보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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