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중요하지만 산업화 능력부터 키워야”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재미과학자들, 생명과학워크숍서 한국바이오산업에 조언

“우리 회사의 1년 매출은 50억 달러(약 6조3000억 원) 정도다. 이렇게 성공한 것은 기초과학 역량이 높기 때문이 아니다. 팔릴 만한 아이디어를 발 빠르게 상품화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사업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연구하는 것 같다. 우리는 연구프로젝트가 시작되면 3개월 주기로 타당성을 조사해 계속 여부를 결정한다.”

재미 생명과학자들이 한국 과학기술계에 뼈아픈 조언을 던졌다. 바이오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기초과학을 맹신하지 말고, 산업화 능력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포스터 시에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미 서부지역 생명과학자 모임인 ‘베이커스’가 공동 주최한 ‘생명과학 공동 워크숍’에 참석한 재미 과학자들은 한국의 바이오산업에 대해 아낌없는 조언을 던졌다.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개발자로 잘 알려진 김정은 길리어드 부사장은 현지 연구소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성공하려면 먼저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부사장은 “타미플루가 성공한 이유는 간편하게 먹는 방법을 고안했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도 아이디어만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과 인체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뒤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원론적인 방법만 고집한 기업 중 사업에 성공한 곳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항암제 전문 기업인 제넨테크의 신영근 책임연구원도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성공하려면 정부 연구사업에 변리사를 의무 배치하는 등 사업화 지원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연구원은 “서울대 연구시설이 미국보다 결코 나쁘지 않지만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화 시스템은 미국에 비해 부족한 편”이라고 조언했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엠젠에 근무하는 이종훈 연구원은 “일본도 바이오에서 후발주자였지만 미국에 현지 연구소를 만드는 등 사업화 역량을 강화하며 발전을 이뤘다”고 소개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스탠퍼드대의 한 연구원도 “유력학술지에 한국인 생명과학자 이름이 빠지는 달이 없을 정도로 한국의 기초과학 역량은 탄탄해졌다”면서 “지금 부족한 것은 기술을 팔릴 만한 제품으로 바꾸는 사업 노하우”라며 연구 능력보다 사업화 능력을 강조했다.

19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바이오2009 박람회’에 참석한 생명연 박호용 박사(인섹트바이오텍 대표)는 “경기침체여서 박람회 참가 기업은 줄었지만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은 여전히 투자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포스터=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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