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부양 풍력발전 등 기발한 국내 신재생에너지 개발 현장

  • 입력 2009년 1월 26일 21시 06분


“공중에 비행선을 띄워 풍력발전을 한다고?”

2013년 온실가스감축의무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사이에서도 저탄소녹색성장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양한 대체에너지개발이 논의 되고 있다.

지상 300m 상공에 비행선을 띄워 전기를 생산하는 공중 부양 식 풍력발전기가 국내 중소기업에 의해 캐나다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J사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기술을 개발해 사우디, 요르단, 수단, 러시아, 중국, 미국 등 해외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공중 풍력장치는 헬륨가스를 채워 넣은 비행선 두 대를 연결해 그 사이에서 회동하는 바람개비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한다. 300m 이상만 올라가게 되면 평지나 바다, 산악을 막론하고 거의 전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풍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지상에 설치된 제어장치가 비행체와 실시간으로 교신하면서 돌풍이나 고도변화, 압력 등을 점검해 문제가 생기면 끌어내린다.

용량은 10㎾급 소형부터 2㎿급 대형까지 다양하다. 회사 측은 자체 실험결과 1㎿ 생산용량을 기준으로 할 때 기존 타워형태의 풍력발전기는 약 33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드는 반면 공중풍력발전 장치는 약 1000가구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태풍 같은 강한 바람이 불 때나 안전 점검 시간을 제외하고는 연중 24시간 발전이 가능해 80%이상 효율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비행체에 카메라, 레이더 등 각종 장치를 탑재해 산불감시나 기상관측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고, 사진 및 홍보물을 부착하여 광고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J사의 김대봉 대표는 “별도의 토목공사나 토지 조성비가 들지 않아 설치비용이 기존 타워형의 3분의 1 수준이고, 풍력발전을 하기 위해 산림을 훼손하지 않아도 된다”며 “신 재생 에너지 중 이동이 되는 건 저희 제품 뿐”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자체 경비 30억을 들어 3년간 이 제품을 개발했다고 한다. 국가의 지원은 전혀 없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세계 각국은 지상 풍력 발전에서 공중 발전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는 것. 캐나다의 M사가 5년여의 개발 끝에 상용화를 시작했으며 미국 회사들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항공 당국의 협조를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회사가 있고 구글로부터 1000만달러의 투자 유치를 받은 회사도 있다. 영국 회사도 공중 풍력발전시스템 제작에 나서고 있다.

‘현대판 연금술’로 불리는 바이오에탄올 사업도 국내에서 활기를 띄고 있다. 곡물이나 나무에서 ‘기름’을 뽑고 그것으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옥수수·사탕수를 발효시켜 추출해낸 바이오에탄올(휘발유 대용), 콩 같은 식물성 유지를 가공한 바이오디젤(경유 대용)이 널리 쓰인다. 건초·분뇨 등을 발효한 바이오가스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부터 2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2006년 7월 바이오 디젤 상용화를 본격 시작했다. 국내 업체들은 주로 대두 및 유채유로부터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는데 대부분의 원료를 전량 수입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회사에서는 투자자들을 모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동남아시아 혹은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직접 땅을 빌려 대규모 바이오 에탄올 작물을 재배하고 기름을 생산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에탄올 추출을 위한 일부 작물의 대량 생산이 세계곡물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등 부작용도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육상 작물이 아닌 해조류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해양식물은 바이오 매스의 30~70%까지 사용 가능한 유지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육상식물 생산토지의 1~3% 정도면 충분히 재배가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해양연구원은 지난해 6월 해조류의 일종인 ‘구멍갈파래’를 이용,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구멍갈파래는 지난 수 년 간 남해와 동해에서 번식하며 녹조현상을 만들어 악취를 풍기고 경관을 훼손하던 ‘골칫덩어리’ 해조류다. 제주도에서 산업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진도 울돌목에는 현재 조류발전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방조제 건설이 필요한 조력발전소와는 달리 조류발전소는 자연적인 바닷물의 흐름을 이용한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친 환경적인 발전방식으로 꼽힌다.

현재 구조물 공사는 완료됐고 내부 기전설비 공사가 한창이다. 한국해양연구원에 따르면 2월말 공사가 완공되면 기계적인 점검을 끝내고 3월 말이나 4월초에 시험 가동할 계획이다. 울돌목 발전소의 최대 발전용량은 1000㎾로 연간 2.4G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400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에서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지휘 아래 세계 최대, 국내 최초의 조력발전소가 들어선다. 2010년 말 완공 예정으로 현재 공정률은 60%다. 조력발전은 조수 간만의 차이가 큰 하구나 만에 방조제를 쌓고 해수를 가뒀다가 낙차를 이용해 발전하는 방식을 말한다. 총 공사비 3551억원이다. 시화호는 방조제가 이미 건설돼 있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 것이라고 한다.

발전소가 가동되면 한 시간에 최대 25만4000㎾h, 연간 552백만㎾h의 전기가 생산된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인 프랑스 랑스에 있는 발전소로 시설 용량은 240MW를 넘어서는 수치다. 국내에서도 소양강댐의 1.56배다. 연간 86만2000배럴의 원유 수입을 대체하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연간 31만5000t 줄일 수 있어 청정에너지로도 손색이 없다. 조력발전시설이 들어서면 시화호에 해수 유입이 늘면서 수질도 좋아진다. 지금은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5ppm인데 발전소가 가동되면 외해(外海)와 비슷한 수치인 2ppm으로 낮아진다.

그 밖에 인천시는 2014년까지 강화도·교동도·석모도·서검도를 잇는 총 길이 7.8㎞의 방조제를 쌓아 시간당 812㎿급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완공되면 인천의 93만 가구 중 43%인 4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현재는 타당성 조사가 완료된 상태다. 한국서부발전은 충남 서산시 대산면 오지리와 태안군 이원면 내리 사이 가로림만에 2㎞의 방조제를 쌓아 52만㎾급 조력발전소를 세우려 하고 있다. 설계까지 마무리됐고 법적 검토와 환경영향 평가에 대해 협의 중이다.

이상과 같은 사례들은 국내에서 추진 중인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 개발의 예이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 물, 지열, 강수, 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는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로 태양열,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동·식물 자원), 풍력, 소수력, 지열,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 등 재생 에너지와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수소에너지 등 신에너지를 통칭한다.

지난해말 지식경제부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사용률은 2007년 말 기준으로 2.4%로 OECD 국가 평균인 약 5%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는 1차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오는 2015년 4.3%로 늘리고 2020년 6.1%, 2030년에는 11.0%로 확대해 나간다는 로드맵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친환경 컨설팅 기관인 클린 엣지(Clean Edge)는 2008년 보고서 ‘클린 에너지 트렌드 2008(Clean-Energy Trends 2008)’에서 태양력, 풍력, 바이오연료,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 시장의 규모가 2007년 773억달러에서 2017년 2545억 달러로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상대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그 만큼 세계적인 대체에너지 개발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외국의 경우 1970년대부터 미리 준비를 해왔지만 우리는 최근에야 대체에너지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정보화에 이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하는 시점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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