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목마른 지구촌에 과학봉사 온정의 손길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남태평양의 섬나라 미크로네시아 축 주 사람들이 한국 과학자에게서 양식기술을 배우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이 기술로 얻은 수산물을 수출하고 한국 과학자들은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는 등 양국 관계도 윈윈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해양연구원
남태평양의 섬나라 미크로네시아 축 주 사람들이 한국 과학자에게서 양식기술을 배우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이 기술로 얻은 수산물을 수출하고 한국 과학자들은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는 등 양국 관계도 윈윈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해양연구원
케냐 한 마을의 우물 펌프를 한국 과학자들이 수리하고 있다. 이들은 현지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사단법인 팀앤팀
케냐 한 마을의 우물 펌프를 한국 과학자들이 수리하고 있다. 이들은 현지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사단법인 팀앤팀
국내에서 개발된 양식기술로 얻은 흑진주. 2010년이면 이 기술로 지름 15mm짜리 고부가가치 흑진주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 한국해양연구원
국내에서 개발된 양식기술로 얻은 흑진주. 2010년이면 이 기술로 지름 15mm짜리 고부가가치 흑진주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 한국해양연구원
과학자들 정수-물탱크개량법 등 전수

“기술-자원 주고받는 협력관계로 발전”

“생사가 걸렸습니다. 기술이 있지 않습니까. 도와주세요.”

지난해 초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과에 애타는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국에서 지하수학을 공부하고 케냐로 건너간 최인혁 선교사였다.

최 선교사가 머무는 코르 마을은 우물이 온통 황토와 배설물로 오염됐다. 강까지는 12km. 너무 멀다. 씻기는커녕 마실 물도 없다. 다급해진 그는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최근 직접 개발한 기술로 세계 곳곳에 온정의 손길을 베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 물을 활용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이다.

○ 케냐에 전파된 ‘옹달샘 프로젝트’

“코르 마을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보통 정수기를 쓸 수 없어요. 무작정 국내 전문가를 찾아 나섰죠.”

최 선교사는 마침 광주과기원 환경공학과 김경웅 교수팀이 정수장치 전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당장 수화기를 들고 김 교수에게 호소했다.

“전기가 없어요? 그럼 곤란한데….” 난감해하는 김 교수에게 최 선교사는 마을 사정을 알리는 자료를 보내며 설득에 나섰다.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김 교수팀은 코르 마을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연구팀은 2개월 만에 200L짜리 수동 정수기를 만들어 지난해 11월 무상으로 코르 마을에 보냈다. 자동차 핸들처럼 생긴 손잡이를 돌리면 펌프가 작동해 전기 없이도 물을 고압으로 여과시키는 장치다. 초등학생도 쉽게 깨끗한 물을 만들어 마실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봉사활동을 ‘옹달샘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다”며 “라오스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광주과기원에는 ‘UN대학’이 생길 예정이다. 환경공학과 조재원 교수는 “과학기술을 인도적 차원에서 전파하는 활동을 학교에서 적극 장려하겠다는 계획”이라며 “한국 과학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 전공 살리는 봉사활동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한무영 교수팀도 물 부족 국가에 기술을 전수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한 교수팀이 머문 곳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15km 떨어진 라이사 마을. 이곳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콘크리트 탱크를 만들어 빗물을 모은다. 지하수가 중금속으로 오염돼 빗물을 끓여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팀이 보기엔 대부분의 탱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여기저기 구멍도 나고 지저분했다.

한 교수는 “국내에서 물 연구에 쓰는 플라스틱 가방을 주민들에게 나눠줬다”며 “부풀리면 1t의 물을 담을 수 있고 접으면 쇼핑백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져 가볍고 운반도 편리한 새로운 물 저장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빗물탱크 개량법도 알려줬다. 탱크에 빗물이 들어가는 관 아래가 직선 모양이면 빗물이 아래쪽으로 나오면서 가라앉은 찌꺼기가 흩어져 물이 더러워진다. 반면 관 아래를 ‘U’자 모양으로 구부리면 빗물이 위쪽으로 나와 찌꺼기를 건드리지 않는다.

연구팀의 기재홍 팀장은 “쉽고 효과적인 기술을 전수해 주민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과학도의 전공을 살린 봉사활동의 사례”라고 했다. 연구팀의 봉사활동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2007년 6월에는 지진해일(쓰나미) 피해를 본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에서 빗물이용 기술을 전수한 활동이 국제물학회(IWA) 학술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 흑진주-수산양식기술 협력

미크로네시아 축 주의 수산업 관련 공무원들은 한국 과학자들에게 특별수업을 받는다. 한국해양연구원 박흥식 박사팀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흑진주 양식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것. 양식기술이 부족해 섬나라의 장점을 경제적 자립에 활용하지 못했던 축 주민들은 요즘 풍부한 수산물을 수출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박 박사는 “이제는 흑진주뿐 아니라 다른 수산물 양식기술도 자문을 요청해 온다”며 “인도적 차원의 기술지원을 넘어 우리는 기술을, 미크로네시아는 자원을 제공해 공동연구를 하는 과학기술 협력국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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