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 일단 터지면 치명적… 파열전 치료해야 90% 완치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3시 03분


■ ‘몸속 시한폭탄’ 동맥류… 예방이 최고의 치료법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이

복부 대동맥을

넓혀주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맥류(動脈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던 중 복부 대동맥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복부대동맥류’

진단을 받았다.

상태가 심하지 않아

심장내과 전문의로부터

스텐트(철사 망)를 이용한

간단한 혈관 확장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머리 자주 아프고 구토땐

뇌동맥류-뇌출혈 의심해야

배-허리 통증땐 CT검사를

파열직후엔 어지럼증 느껴

우리 몸에는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라 생기는 꽈리 모양의 동맥류가 곳곳에 생길 수 있다. 특히 복부, 흉부, 뇌에 생기는 동맥류는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꽈리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출혈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상당수 동맥류 환자는 자신의 몸속에 동맥류라는 시한폭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간다.

○ 동맥경화로 인한 대동맥류 팽창

대동맥은 심장에서 나와 가슴 부위의 흉부대동맥을 지나 복부로 내려온다. 이를 합쳐서 ‘흉복부대동맥’이라고 부르는데 배꼽 바로 밑에서 다시 두 갈래로 나뉘어 다리로 피를 전달한다.

가슴 부위에 동맥류가 생기면 ‘흉부대동맥류’, 배 부위에 생기면 ‘복부대동맥류’라고 한다. 복부대동맥류가 흉복부대동맥류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대동맥류는 건강검진에서 복부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발견된다.

대동맥류가 커지면 환자가 박동하는 혈관을 만질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진단하기도 한다. 마른 사람은 배꼽 주위에서 팔딱팔딱 뛰고 있는 혈관을 만질 수 있다. 배에서 박동하는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흉부 X선 사진에서 덩어리가 발견되면 즉시 심장혈관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다.

대동맥류가 생기면 주변 신경, 혈관, 장기 등을 누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증상이 나타난다. 흉부대동맥류가 생기면 △식도를 눌러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어지거나 △목소리 신경을 눌러 쉰 목소리가 나거나 △기관지, 기도를 눌러 호흡이 곤란해지고 쌕쌕거리는 소리가 난다.

대동맥류가 터질 만큼 부풀어 오르면 배나 허리에 갑자기 심한 통증이 온다. 파열 직후에는 어지럽고 허약해지며 통증이 온다.

대동맥류의 가장 흔한 원인은 동맥경화다. 혈액순환 장애가 대동맥벽을 약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거나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도 대동맥류가 잘 생긴다.

대동맥류가 파열 가능성이 있거나 크기가 5cm 이상이면 대동맥류를 절제하고 인조혈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는다. 초기 환자에게는 전신마취 없이 다리 동맥으로 철사 망을 삽입하는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사용한다.

○ 뇌동맥류 파열은 심각한 후유증 유발

뇌동맥류는 뇌혈관벽이 비정상적으로 석류 모양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부풀어 오른 뇌혈관벽은 터져 뇌출혈을 일으킨다. 드물기는 하지만 터지지 않고 주변을 누르면서 눈꺼풀이 감기는 등 마비현상이 올 수도 있다.

뇌동맥류 파열로 뇌출혈이 생기면 △환자의 3분의 1은 병원 도착 전 사망하고 △3분의 1은 병원에 도착하지만 혼수상태가 되고 △나머지 3분의 1은 두통과 구토가 나면서 실신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더라도 뇌출혈 환자의 50%는 후유증이 남는다.

머리가 자주 아프고, 뒷머리가 뻣뻣하고, 구토 증상이 동반되면 뇌동맥류나 뇌출혈을 의심해야 한다.

뇌동맥류가 생기면 갑작스럽게 심한 두통이 밀려온다. ‘마치 쇠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다’고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다. 최근 뇌혈관 전문 촬영검사가 발달하면서 뇌동맥류 사전 진단이 가능하다. 파열되기 전 발견된 뇌동맥류는 미리 조치만 잘하면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을 방지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치료 방법은 머리를 여는 수술을 하고 뇌동맥류를 집게(클립)로 물어서 치료하는 수술법이다. 초기 환자라면 다리동맥을 통해 백금 코일을 뇌동맥류 안으로 넣어서 혈류가 동맥류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색전술’이 있다.

현재로서는 뇌동맥류의 발생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동맥류가 터지기 전 빨리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동맥류가 파열돼서 뇌출혈을 일으킨 환자가 최선의 치료를 받은 후 정상 생활로 돌아가는 확률은 50∼60%. 그러나 파열되지 않았으면 완치율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비파열 상태일 때 빨리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김동익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 임소향 일산 동국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안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교수)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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