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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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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2006년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 조작 파문 당시 자료 부족으로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던 93개 제약사의 576개 복제약(카피약) 명단을 28일 전격 공개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의협은 28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성분명 처방, 과연 국민을 위한 제도인가’라는 토론회를 열고 “생동성 시험에서 효능이 확인되지 않은 복제약 576개 품목을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공개 의약품에는 한미약품 31품목, 신풍제약 21품목, 참제약 대원제약 각 18품목, 종근당 17품목 등 국내 유명 제약사 제품이 포함됐다. 의약품 종류는 진통제, 혈압약, 항생제, 당뇨약, 항정신약 등이다. 》
식약청 “재조사한 의약품 90% 이상 없어”
‘성분명 처방’ 시행싸고 의-약 갈등 2라운드
▽왜 공개했나=보건복지부는 복제약이 오리지널 신약과 동일한 약효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생동성 시험을 반드시 거치도록 2001년 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제약회사 중에는 막대한 돈을 들여 개발한 약이 생동성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시험기관에 대한 로비를 통해 실험 자료를 조작한 사건이 2006년 적발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307개 품목의 허가를 취소하거나 생동성 인정공고를 삭제했다. 의협이 문제를 삼은 복제약은 2006년 당시 생동성을 입증할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던 제품들이다.
의협은 20일 “생동성 조작의혹이 있는 576개 품목을 국민 알권리 차원서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막상 28일에는 ‘자료 미확인 및 검토불가 품목 576개 리스트’라고 수위를 낮추고 제약사들의 해명도 곁들였다.
그러나 공개 의약품 중 상당수는 식약청의 재확인 과정에서 생동성 조작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는것.
정현철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관은 “2007년 100여 개 품목을 재조사했고, 2008년 180여 개 품목, 2009년 200여 개 품목을 재조사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현재까지 재조사한 100여 개 의약품의 90%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의약품의 신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생동성시험제도 도입 초기에는 시험 데이터 의무보관 규정이 없어 식약청에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시판 의약품은 식약청으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받은 것인 만큼 약 전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약품 선택권 놓고 영역다툼?=의협의 의약품명 공개는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이 30일 종료돼 본격 시행될수 있다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처방전에 제품명이 아닌 성분명을 적게 하고, 약사가 같은 성분의 여러 약품 중에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약주도권이 의사에서 약사의 손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주경 의협 대변인은 “성분명 처방은 환자 개개인의 특수성, 진료과정의 의사의 판단, 생동성을 인정받은 약 간의 약효 차이 등이 무시돼 환자의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약사들은 “필요 이상으로 비싼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고, 제약사가 약품 납품을 위해 의사들에게 로비하는 비용을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며 “약효가 같으면 약사나 환자가 여러 제품 중에서 고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성분명 처방은 복제약의 안전성과 약효가 입증된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므로 영역다툼이 아니라 복제약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협이 공개한 의약품 목록은 의협홈페이지(www.km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물학적 동등성
복제약이 최초로 허가받은 의약품(오리지널 신약)과 약효가 동등한지 검증하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을 뜻한다. 복제약을 개발한 제약회사는 국가가 지정한 시험기관에 의뢰해 오리지널약과 약효가 같음을 증명해야 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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