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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1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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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상당수 사이비 인터넷 매체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가 동아일보에 나간 17일 오전 한 제약회사의 직원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본보 17일자 A10면 참조
사이비 인터넷매체, 기업 등친다
이날 기자는 여러 기업에서 이 같은 격려 전화와 e메일을 받았습니다. 한결같이 자신들이 당한 경험을 얘기하며 “후련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한 중견 전자회사 마케팅팀장 K 씨가 털어놓은 사례입니다. 그는 최근 서울 시내 한 술집에 갔다가 우연히 인터넷 매체 사장들이 모여 주고받는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A사 사장, “회사를 ‘조져서’ 반응이 없으면 최고경영자(CEO)의 사생활 같은 걸 슬쩍 기사화해봐. 홍보팀에선 CEO 관련 내용은 정말 민감하거든.”
B사 사장, “광고 못 준다고 하면 출장 지원이나 다른 협찬 건으로 계속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돼.”
기업들을 괴롭혀 돈을 뜯어내는 노하우를 서로 주고받고 있었던 거지요. 이런 식으로 이들 간에는 ‘끈끈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돌아가면서 ‘출몰’한다고 하네요.
K 팀장은 “이들에게 계속 시달리다 보면 솔직히 적당히 타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그렇다고 이들의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도 어려운 게 우리 기업들의 처지라는 겁니다.
기업 활동이 늘 100%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들 뒤에는 ‘포털 사이트’라는 든든한 배경까지 있으니 말입니다. 일부 기업이 굴복하기도 하고, 대다수 기업이 사이비 인터넷매체보다 포털을 더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한 대기업 임원은 “포털은 이들 사이비 인터넷 매체가 기생(寄生)하는 숙주 노릇을 하고 있다”고까지 표현하더군요.
그나마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한 대기업은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에 비해 사정이 나은 듯합니다. 이들 매체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소기업인들이 많다는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이 왜 이런 일로까지 고민하고, 불필요한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지 안타깝습니다.
조용우 기자 산업부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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