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아지는 수면]충분히 잤는데 졸려…혹시 기면증?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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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인 수진이가 어머니와 함께 수면클리닉을 찾았다. 어머니는 “애가 시험을 보다가 졸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요”라며 흥분했다.

수진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업을 충실히 받고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해가 바뀌면서 갑자기 수업시간에 자주 존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성적은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낮에도 수시로 잠이 쏟아지고 아무리 깨어 있으려 해도 견딜 수 없다고 한다.

혹시 밤잠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물었다. 수진이는 “8시간 이상 충분히 자고 있다”면서 “낮잠을 잠깐 자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지만 한두 시간 지나면 다시 잠이 쏟아진다”고 답했다. 자다가 가위에 눌리기도 있고 흥분하면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도 있었다.

이런 증상을 가진 대표적인 질환으로 기면증(嗜眠症)이 있다. 직역하면 ‘잠자는 것을 즐기는 증상’이라는 뜻이지만 사실 환자는 잠자는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저항하기 힘든 수면이 되풀이되는 것으로 뇌 속의 각성물질이 부족해서 생긴다.

기면증 환자들은 감정적으로 흥분하면 갑자기 몸의 힘이 빠지면서 머리를 떨어뜨리거나 쓰러지는 ‘탈력발작’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니콜 키드먼이 출연한 영화 ‘물랭루즈’에서도 기쁜 일이 있으면 탈력발작이 나타나 쓰러지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기면증은 탈력발작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졸림증의 정도도 개인차가 있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내기가 일쑤다.

기면병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고교 시절에 처음 증상이 시작된다.

부모는 청소년기의 자녀가 졸음을 호소하면 늦게까지 학원 다니고 인터넷 검색이나 게임을 하느라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생각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밤에 충분히 자는데도 낮에 졸음이 심하면 기면병을 의심하고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청소년기에 시작하는 병은 진단하는 시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신홍범 의학박사·국제수면전문의 www.komok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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