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는 그대로 먹기는 편하게… 한약 변신쇼

  • 입력 2007년 12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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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선희(34) 씨는 몸이 약한 여섯 살짜리 아들에게 한약을 먹이고 있다. 한약을 먹을 때마다 김 씨와 아들은 거의 ‘전쟁’을 치른다. “참고 마시라”고 얼러보지만 어린 아이가 한약 한 대접을 벌컥 벌컥 들이켜는 일은 쉽지 않다. 한약을 먹이는 것만큼 달이는 것도 쉽지 않다. 김 씨는 탕약 달이는 데 신경 쓰느라 외출도 쉽지 않고 다른 일에도 집중하기 힘들다. 달이기도 힘들고 먹기도 힘든 한약이 최근 소비자들에게 좀 더 친숙한 형태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맑고 투명한 무색무취형 한약이 나오는가 하면 아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사탕·젤리 한약도 있다. 최혁재 경희의료원 한약물연구소 연구원은 “기존 한약은 먹기 힘들고 휴대가 어려워 대중화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약효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복용과 휴대가 편리한 한약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형태의 한약이 개발되면서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사탕으로

약효 성분만 동결-건조… 목감기-비염 제품 개발

최근 경희의료원 한약물연구소는 빨아 먹기 쉬운 사탕 형태의 한약을 개발했다. 기관지염을 치료하는 감길탕을 기본으로 해서 천연 항생제인 프로폴리스와 박하 성분인 멘톨을 첨가했다.

한약 사탕은 한약에서 약효가 있는 부분만을 실험을 통해 분리해낸 다음 동결 건조한 뒤 물엿과 올리고당 등과 함께 섞어 만들었다. 사탕 1개만 먹어도 한약 1회 복용량과 비슷하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만성 감염성 목감기, 가래, 천식, 금연 보조, 만성적인 잦은 기침이 있는 환자에게 주로 처방된다. 한약 사탕이 주로 호흡기 분야 쪽으로 만들어진 것은 입 안에서 계속 빨면서 바로 호흡기 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목감기뿐만 아니라 비염, 코감기용 제품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젤리로

간식용 젤리제품과 비슷… 물에 녹이면 차로

젤리 한약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산딸기, 딸기 등 과일향과 올리고당을 첨가한 뒤 젤라틴으로 굳혀 만든 젤리 형의 한약제다.

현재 감기와 신경성질환 치료용으로 젤리 한약이 나와 있다. 사탕 형태와 마찬가지로 약효 성분만을 뽑아서 추출했기 때문에 1일 1개 정도의 젤리만 복용하면 된다.

설탕 대신 천연 올리고당을 사용했기 때문에 당분 섭취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젤리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물에 젤리를 녹이면 바로 딸기향이 나는 차로 마실 수 있는 제품도 있다. 그러나 젤리는 보관에 한계가 있어 6개월 이상 장기 보존이 어렵다.

젤리 한약을 만드는 함소아한의원의 최혁용 원장은 “아이들이 간식으로 자주 먹는 시판 젤리 제품과 질감이나 포장을 비슷하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 쓴맛없이

탕액 증류시키면 무색-무미… 이유식에 타 먹일 수도

기존의 한약을 증류시키면 맑고 투명한 색으로 변한다. 이는 중국에서 건너온 방법으로 국내에서는 1990년대 처음 등장했다. 증류 한약은 한약재에서 추출한 탕액을 한 번 더 가열한 다음 이때 나오는 증기를 특수 방식으로 냉각해서 만든다.

증류 한약은 투명할 뿐만 아니라 아무 맛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분유나 이유식을 먹일 때 물 대신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 한약재를 증류한 것이기 때문에 기존 한약재에 비해 성분이 상당히 적어 약효가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과립형 한약도 먹기 편한 형태로 변하고 있다. 기존 약국에서 파는 한약과립제는 입 안에 털어넣고 물을 마시거나 아예 물에 타서 먹는 형태였다.

그러나 최근 나오는 과립제는 물 없이도 입 안에서 바로 녹여 먹을 수 있다. 쉽게 한입에 삼킬 수 있도록 1회 용량이 2, 3g에 불과하다. 주로 위장 관련 질환 소화제, 피로해소제로 개발됐다.

이 밖에 한방업계에서는 요구르트 형태의 짜먹는 한약이나 유산균 같은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한약 연구도 한창이다. 발효한약은 유산균을 발효시킨 형태로 몸에서 바로 작용한다. 장내 쓸개즙 분비를 촉진하는 정장제용으로 많이 쓰인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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