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지혜의 통로&중심 잡아주는 귀…날 괴롭히지 마!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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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바다를 통한 귀향길에 자신을 돛대에 묶은 채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는다. 매혹적인 목소리로 사람을 유혹하는 바다괴물 세이렌을 피하기 위해서다.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귀만 열어둔 이유는 아내도 자식도 잊어버리게 만든다는 세이렌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인간의 신체기관 중 어느 것 하나 쓸모없는 게 있겠는가만 귀는 이처럼 중요한 기관이다. 소리가 있음으로써 지능이 발달하고, 감성이 충만해지며, 사람사이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어린 시절 열병을 앓아 시각 청각 언어장애를 겪었던 헬렌 켈러 여사는 “청각장애는 시각장애보다 훨씬 큰 불행이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자극인 언어 창작 능력을 잃어버려 인류의 지혜와 함께 할 수 없었으니까”라고 한 적이 있다.

때로 귀가 거추장스러운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귀를 자른 19세기 네덜란드의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처럼. ‘누가 잘랐느냐’의 논란은 있지만 지금까지 다수의견에 따르면 고흐는 작품을 비난하는 고갱의 말을 듣기 싫어 자신의 귀를 잘랐다고 한다.》

시끄러운 세상… 청력 저하-어지럼증 다스리려면

귀가 제 역할을 하려면 온전히 열려 있어야 한다. 기능적으로도 그렇고 비유적으로도 그렇다. 고흐가 잘라버린 귀는 ‘바깥귀(외이)’의 일부다. ‘중간 귀(중이)’와 ‘속귀(내이)’의 기능이 온전하고 바깥귀가 제대로 달려 있어야 사람은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소리는 파동으로 전달된다. 귀 속으로 들어간 음파는 고막(외이)과, 이 고막에 붙어 있는 세 개의 작은 뼈(중이)를 진동시켜 달팽이관(내이)으로 전달된다. 달팽이관 속에 들어 있는 림프액이 음파 때문에 진동하면 청신경이 이 움직임을 전기적 자극으로 바꿔 뇌로 전달한다. 이처럼 소리를 듣는 과정은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과정이다. 뇌는 이 디지털 신호를 해석해 소리를 인식한다.

이때 귀지가 너무 많으면 음파가 고막에 도달하는 것을 막고 뼈가 잘 진동되지 않으므로 결국 청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귀지를 파내기 위해 면봉이나 귀이개로 파내면 안 된다. 가만히 둬도 저절로 밖으로 배출된다.

장기간 소음에 노출되거나 혈액 공급이 감소해도 청각세포가 죽어 청력을 잃게 된다. 아이들의 중이염을 제때 치료해 주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귀는 세상의 온갖 소음에 노출돼 있다. 가까이서 들었을 때 대화는 60dB, 코 고는 소리는 85dB, 자동차 경적은 110dB, 록 콘서트나 제트엔진이 120dB, 총소리나 폭죽은 140dB이다.

소리케어 네트워크 전영명 대표원장은 “인간은 90dB 이상에서 8시간 노출됐을 때, 140dB 이상에서는 노출되는 즉시 청력에 손상을 입는다”며 “요즘 많은 사람이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꽂고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데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어떤 관점에서는 적당히 못 듣는 게 행운일 수도 있다. 인간의 귀가 감지할 수 있는 소리 범위는 20Hz에서 2만 Hz 사이다. 만일 박쥐나 돌고래처럼 초음파까지 들린다면 시끄러워서 밤잠을 못 이룰 수도 있다.

귀는 다양한 문화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에 따르면 고대 중국 여성들이 귀를 뚫어 귀고리를 달았던 이유는 쓸데없는 말을 듣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이슬람교에서는 한 쪽 귀를 뚫어 귀고리를 하면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는 의미였다.

때로는 귀로 인생을 읽기도 한다. 인상학자 주선희 씨는 귀가 유년시절의 성장과정을 알려준다고 했다. 주 씨는 “귓바퀴가 고르게 둥글고 귓불이 도톰하게 달라붙어 있으면 어린 시절 좋은 가족관계 속에서 가정교육을 잘 받고 자랐다고 보면 된다”며 “귀의 연골조직이 튀어나오면 순응적이지 않고 개성이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만일 귀가 단순히 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면 한 쪽만 있어도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귀가 두 개인 이유는 평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귀에 있는 세 개의 반(半) 고리 모양의 관 속 이석(耳石)이 회전 운동을 할 때의 정보로 뇌는 사람이 현재의 공간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판단한다. 왼쪽과 오른쪽 정보를 통합해서 말이다.

시각 정보와 근육을 통한 감각정보도 위치 판단에 큰 역할을 한다. 이 중 일부 정보가 오작동하면 사람은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한 쪽 귀만 작동해도 마찬가지다. 귀의 청력과 평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세상 살기 참 힘들다. 안 그래도 어지럽고, 귀 기울이지 않으면 남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 시대에는.

글=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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