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도 나섰다…인천 국립 생물자원관 관리 국가기관은 처음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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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국립 생물자원관 생물자원 관리 국가기관은 처음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관이 10일 인천 서구 경서동에 문을 열었다. 국내 자생하는 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첫 국가기관이다.

‘자생생물 조사 발굴 연구사업단’에서 발견한 신종 및 미기록종 생물도 이곳에 보관된다. 생물자원 보관은 온도와 습도 조절이 관건. 예를 들어 곤충표본 보관실의 습도는 50% 안팎으로 유지해야 한다. 수분이 많으면 세균이나 곰팡이가 생겨 표본이 망가지고, 반대로 너무 적으면 표본이 말라 부서진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동양 최대 규모의 생물표본 수장시설과 첨단 자동 항온항습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김병진(원광대 교수) 자생생물사업단장은 “규모와 시설 모두 미국이나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의 유사 기관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생물자원 활용 상품의 연간 세계 시장 규모를 5000억∼800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로 생물자원은 신약 개발이나 첨단과학 연구에 중요한 재료가 된다.

예를 들면 신경과학 연구에는 오징어나 군소(바다달팽이) 같은 연체동물이 사용된다. 보통 신경은 현미경으로도 찾기 힘들 정도로 가는데, 연체동물의 신경은 다른 동물에 비해 굵기 때문이다. 상명대 이진환 교수는 “최근 건축학자들도 식물 플랑크톤의 독특한 형태에서 건물 형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물자원을 아무리 모아도 지속적으로 관리 연구하는 전문 인력이 없으면 무용지물. 서울대 김원 교수는 “정부가 분자생물학 같은 첨단기술에 집중 투자하다 보니 생물자원 분야로 학생들이 진출하지 않아 현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국립생물자원관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전문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나’라도 돕겠다…원로교수들 평생 모은 표본 기증▼

생물학 분야의 여러 원로 교수가 들과 강과 바다를 누비며 한평생 채집한 소중한 생물표본을 국립생물자원관에 기증했다.

1930년대부터 줄곧 해조류를 연구해 온 서울대 이인규 명예교수. 국내 연안 중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독도만도 수십 번 다녀왔다.

이 교수는 “외국에는 수백 년 된 표본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많지만 국내 대학은 그렇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해조류 표본 약 1500점을 선뜻 맡겼다. 국내 대학은 표본을 제대로 보관하거나 관리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데 비해 이 자원관은 표본을 보관할 첨단시설과 표본 제작에 필요한 화학물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35만 점이 넘는 곤충 표본을 내놓은 경상대 박중석 명예교수는 “내가 평생 모은 표본을 영구히 보관하고 국민 모두 보면서 연구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이라 기탄없이 기증했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최병래 명예교수는 2월 정년퇴임하면서 고둥이나 조개, 다슬기, 오징어 같은 연체동물 표본 약 3만2000병을 내놓았다. 최 교수는 “내가 미처 분류하지 못한 표본도 후배 과학자들이 어떤 종인지 계속 연구해 주길 바란다”며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이 표본들을 연구자료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을 포함해 모두 14명의 학자와 일반인이 총 36만 점의 생물표본을 기증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기증 표본은 시대와 지역별로 망라돼 있어 국내 자생생물의 서식지 분포를 확인할 귀중한 자료”라며 “표본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하면 학문적, 산업적으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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