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소문난 병원<2>부천 ‘세종병원’

  • 입력 2007년 10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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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경기 부천시 소사구 세종병원에 위성중계차가 출동했다.

일본 고베(神戶)에서 열린 ‘국제 심혈관 중재시술학회(CCT)’에 참가한 5000여 명의 전 세계 의료진에게 시술 장면을 송출하기 위해서다.

막힌 곳이 길고 혈관이 갈라지는 부위에 여러 개의 스텐트(혈관 벽을 넓혀서 막힌 혈관을 뚫는 기구)를 넣는 이 병원 심장내과 황흥곤 부장의 시술 장면을 지켜보던 의사들은 “과연 ‘황의 기술(Hwang′s technic)’은 놀랍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심장외과 수술 하루5건… 국내병원 중 성공률 1위

한국의 중소도시에 있는 한 병원의 시술이 전 세계 의료진에게 위성중계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세종병원(www.sejongh.co.kr) 의사들은 심장 혈관 분야 시술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심혈관 질환 전문병원으로,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뇌중풍(뇌졸중) 평가’에서도 전 항목 A를 받았다. 전국의 2차 병원 가운데 4개 병원만, 대학병원 등 3차 병원까지 합하면 15개 병원이 전 항목 A를 받았을 뿐이다.

○ “심혈관 전문병원이요? 다시 생각해 보시죠.”

이 병원 박영관 이사장은 1964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친 후 한양대 의대 교수가 됐다.

심장외과 교수 생활 9년 만인 1982년 박 이사장은 심장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 병원을 열었다. 정부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대일청구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일본으로부터 ‘해외경제협력기금’을 얻어 왔고, 정부는 국내 의료시스템 발전을 위해 ‘땅만 있으면 병원 건물과 장비를 짓는 돈은 대 주겠다’고 약속한 상황이었다.

“심장수술 전문병원을 짓겠다고 하니 ‘개인 병원에서 무슨…’이라며 다들 말렸죠. 이 때문에 병원 건축 작업도 한 달 정도 연기됐고요. 하지만 무슨 다른 이유가 있겠어요. 심장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는 많은데 병원이 터무니없이 적어서 제가 하겠다고 한 것이지요.”

당시 한국에서는 한 해에만 8000명의 어린이 심장병 환자가 생겼으나 심장병을 치료하는 병원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일부에 불과했다.

주위의 우려 속에 개원한 지 25년째. 세종병원은 하루 평균 5건의 심장외과 수술, 20건의 심혈관 조영술을 시행하고 있다. 개원 초기 50건에 불과하던 연간 수술건수는 현재 1300건으로 늘었고, 이는 전국 상위 5위권이다. 한국심장재단이 2000∼2004년의 심장수술 성공률을 통계로 내본 결과 세종병원은 97.86%로 가장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 이상적인 협진 시스템

이처럼 병원이 발전한 데는 ‘협진 시스템’이 한몫했다. 어느 병원이나 협진을 지향하긴 하지만 영역 간 벽이 높아 실질적인 의미에서 협진이 잘 이뤄지는 곳은 드물다.

이 병원은 아침마다 심장내과 또는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모여서 환자에 대해 진단과 치료과정을 ‘복기(復棋)’하는 자리를 갖는다.

“어제 수술한 환자는 내과에서 막혔을 것으로 진단한 위치와 실제 위치가 달랐어요.”(외과 의사)

“X선 결과를 다시 보니 내과에서 잘못 본 이유가 이 흔적 때문이네요.”(영상의학과 의사)

의사가 신(神)이 아닌 이상 오류를 피할 수는 없다. 왜 실수가 생겼는지 알아보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발전이 있다. 이 병원은 허심탄회한 협진시스템을 통해 기술의 진보를 이뤄 가고 있다.

의료장비도 대학병원급으로 갖춰 놓고 있다. 한 대에 20억 원이 넘는 ‘심혈관영화촬영장치’가 3대나 있고 웬만한 대학병원에서도 보기 드문 ‘64채널 볼륨 컴퓨터단층촬영(CT)기기’도 있다.

뇌중풍이 의심되는 환자가 들어오면 뇌 CT 촬영이 24시간 가능하다. 다른 병원은 영상촬영기사가 퇴근한 시간에는 CT 촬영이 불가능한 곳도 많다. 또 심장내과, 흉부외과 전문의가 병원에 24시간 상주하고 있다.

물리치료센터가 옥상정원과 연결된 스카이라운지에 있어 쾌적하게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어린아이가 사망하면 대부분 부모는 부검을 하려 하지 않지만 병원은 그런 부모를 ‘다시는 당신 아이와 같은 환자가 없어야 한다’며 설득해 심장병으로 사망한 어린이 부검보고서 50여 건을 책으로 묶어 내기도 했다.

비록 상용화되지는 못했지만 병원 의료진이 직접 초소형 인공심장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처음에는 어린이 질환인 선천성 심장병 환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뇌중풍, 심근경색 등 후천성 심장병 환자가 많다”며 “성인 심혈관 질환을 전문으로 다루는 제2의 병원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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