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문제 없는 ‘만능세포’ 만들었다

  • 입력 2007년 6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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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과학자들이 난자 없이 일반 체세포에 유전자 조작을 가해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기능을 하는 ‘만능세포’를 만들어 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생명윤리 문제에서 자유로운 줄기세포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이 7일 보도했다.

▽“난자 없이도 배아줄기세포 얻어”=일본 교토(京都)대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수팀과 미국 화이트헤드 연구소, 하버드대 줄기세포연구소는 체세포에 유전자를 주입해 배아줄기세포와 사실상 기능이 동일한 원시세포의 단계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와 ‘세포-줄기세포’ 창간호에 각각 발표됐다.

연구팀은 쥐의 피부세포에서 채취한 섬유모세포에 바이러스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 단계에서 활성화되는 네 가지 유전자(Oct4, Sox2, c-Myc, Klf4)를 주입했다. 그랬더니 이미 다 자란 세포가 성장 단계를 거슬러 올라가 특정 세포로 발달하기 이전의 미분화 원시세포상태로 되돌아갔다.

이렇게 환원된 원시세포는 배아줄기세포처럼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성질을 지녀 심장, 간, 신장 등의 세포로 분화했다. 연구팀은 배아줄기세포와 구분하기 위해 ‘유도다능성줄기세포(iPS)’로 명명했다.

▽“줄기세포 연구의 획기적인 성과”=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지금까지의 배아줄기세포 및 성체줄기세포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을 획기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배아줄기세포는 어떤 장기로도 분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연구 과정에서 배아를 파괴할 수밖에 없어 생명윤리 논란이 제기됐다. 연구에 필요한 난자를 확보하는 것도 난점이다.

반면 골수나 탯줄혈액에서 추출하는 성체줄기세포는 윤리 문제에서는 자유롭지만 일부 장기에서만 추출이 가능해 양이 적고 여러 장기로 분화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이와 달리 iPS는 체세포만 이용해 윤리 논란을 피하면서도 손쉽게 많은 양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또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해 면역 거부반응 없이 ‘환자 맞춤형’ 세포를 만들 수 있다. 핵이식보다 기술적으로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장은 “체세포만을 이용해 줄기세포와 똑같은 능력을 가지는 세포를 만든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줄기세포를 둘러싼 생명윤리 논란이 완화될 것”이라며 앞으로 관련 연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iPS 방식을 인간에게 적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주입된 유전자가 암을 유발할 수 있고 바이러스를 통한 돌연변이 우려도 있어 난치병 치료에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체세포:

정자와 난자 등의 생식세포를 제외한 동식물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 우리 몸의 여러 기관을 구성한다.

:줄기세포:

여러 종류의 조직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 세포.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원시세포:

여러 조직세포로 분화하기 전 단계의 세포. 줄기세포도 일종의 원시세포다. 일본 교토대 연구팀은 이미 분화가 끝난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분화 단계를 거꾸로 돌려 미분화 단계의 원시세포를 만들었다. 배아줄기세포와 구별하기 위해 이를 ‘유도다능성줄기세포(iPS)’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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