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살벌한 방사선]박막이 메모리소자 될까?

  • 입력 2007년 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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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자성 박막 같은 얇은 막에 때렸을 때 반사돼 나오는 중성자의 반사율을 측정하는 장치. 사진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자성 박막 같은 얇은 막에 때렸을 때 반사돼 나오는 중성자의 반사율을 측정하는 장치. 사진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소
박막이 메모리소자 될까?

중성자로 쏴보면 알아요!

“당구공을 떨어뜨리거나 굴려 보면 바닥이 어떤 상태인지 금방 알 수 있죠? 마찬가지로 중성자를 쏘아 보면 두께가 최소 1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인 얇은 막의 표면 거칠기나 내부 구조까지 파악할 수 있어요.”

요즘 한국원자력연구소 이정수 박사는 자신이 직접 개발한 ‘중성자 반사율 측정장치’를 이용해 자성을 띤 박막의 상태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서 나오는 초속 2000m의 중성자를 박막에 때렸을 때 반사돼 나오는 중성자의 각도와 반사율을 측정해 박막의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중성자빔은 방사선의 일종이다.

얇은 필름 형태로 돼 있는 자성 박막은 차세대 메모리소자로 쓸 수 있다. 이 박막은 각 원자에 있는 스핀(미세한 자석)이 배열된 방향에 따라 0이나 1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문제는 스핀의 배열 방향을 알아내는 것.

이 박사팀은 중성자도 스핀을 갖고 있어 일종의 미세한 자석이라는 데 주목했다. 이런 중성자를 자성 박막에 때린 뒤 부딪쳐 반사돼 나오는 중성자를 측정하면 박막의 스핀 분포를 파악할 수 있다. 즉 메모리소자의 가능성을 알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일반 중성자보다 속도가 느린 냉중성자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 박사는 “냉중성자를 이용하면 측정값의 오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로에서 나오는 중성자의 속도를 초속 500m까지 늦추면 냉중성자가 탄생한다.

냉중성자는 나노미터 수준의 자성 박막뿐 아니라 바이러스나 단백질의 구조를 알아내는 데도 쓸 수 있다.

현재 원자력연구소는 하나로에서 냉중성자를 생산하는 시설과 냉중성자로 신소재나 생체물질을 측정하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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