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실명의 덫 황반변성에 희망의 빛줄기 비친다

  • 입력 2006년 11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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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반변성 환자는 초기에는 시야가 흐려지거나 가까운 곳의 그림이나 글자가 뒤틀려 보이다(사진 왼쪽) 심해지면 글자가 뭉쳐서 보이며(오른쪽) 나중에는 실명하게 된다.
황반변성 환자는 초기에는 시야가 흐려지거나 가까운 곳의 그림이나 글자가 뒤틀려 보이다(사진 왼쪽) 심해지면 글자가 뭉쳐서 보이며(오른쪽) 나중에는 실명하게 된다.
트럭을 몰고 다니며 채소 장사를 하는 김모(56) 씨는 잘 보이던 도로 신호가 갑자기 흐릿해져 순간적인 판단이 안 서고 채소의 형태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시력장애를 겪고 있다. 경기 부천에 사는 원모(63) 씨는 여름에 책을 읽다가 글자의 일부가 뭉쳐 꺼멓게 보여서 깜짝 놀랐다. 이후 슈퍼마켓에서 물건 고르기도 힘들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다.

두 사람의 병명은 ‘황반변성’이다.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눈의 망막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한 황반에 이상이 생겨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병이다. 주로 노인에게 생기며 당뇨와 함께 노인성 실명의 주원인이다.

하지만 최근 이 병에 걸려도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의학 전문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최신호에는 스위스 노바티스사와 제넨테크사가 공동 개발한 ‘루센티스’가 황반변성 환자의 시력을 유지하거나 개선했다는 결과가 실렸다. 미국 휴스턴의 메소디스트 병원 데이비드 브라운 교수팀이 42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등 2건의 연구 결과 루센티스를 처방받은 습성 황반변성 환자의 90% 이상이 시력을 유지했으며 40% 이상의 시력이 개선됐다는 것.

황반변성은 습성과 건성이 있다.

습성은 황반이 붓거나 출혈을 일으키며 한번 생기면 2개월에서 3년 사이에 실명하게 된다. 건성은 시력이 약화돼도 실명에 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권오웅 교수는 “기존 치료제가 실명 속도를 늦추거나 나빠진 시력을 그 상태에서 유지하는 데 그쳤다면 루센티스는 시력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며 “얼마까지 회복될 것인지는 추가 실험으로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한국에서는 시판되지 않고 있지만 전문의 처방전이 있으면 한국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한편 한국의 잠재적 습성 황반변성 환자는 6000∼7000명으로 추정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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