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우주강국 코리아]1부_왜 우주로 눈을 돌려야 하나

  • 입력 2006년 11월 8일 13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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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한나라당 의원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
장영근 항공대 교수
장영근 항공대 교수
박성동 쎄트렉아이 대표
박성동 쎄트렉아이 대표
동아닷컴은 창립 10주년을 맞아 ‘우주강국 코리아-우주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를 주제로 한 기획특집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과거에는 땅을 지배하고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했지만 21세기는 우주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합니다. 미국, 러시아, 유럽 등 선진 각국은 세계 재패의 야망을 실현키 위해 우주 선점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새로운 우주강국으로 떠오르면서 세계는 중국發 ‘제2의 우주전쟁’ 열풍에 휩싸여 있습니다. 21세기 우주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이 동북아 우주전쟁에서 패권국에 오르고, 세계 우주경쟁에서 선도자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봤습니다. 우리의 우주개발 현주소 및 과제, 미래, 경쟁국의 상황 등을 4회에 걸쳐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

20세기 냉전은 끝났다. 하지만 미ㆍ소 냉전의 산물인 ‘우주전쟁’은 21세기 새로운 화두로 급부상했다. 왜 지금 이 시대, 선진 각국은 ‘우주선점’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일까. 정재계 및 학계의 관련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국가위상 제고다. 미국과 소련은 1950년대 말부터 세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우주개발에 뛰어들었다. 우주개발 기술은 미ㆍ소가 국제사회를 이끌고, 세계의 패러다임을 선도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됐다. 이 점을 간파한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 이스라엘 등은 1970년대부터 우주개발에 참여했다. 현재 위성을 갖고 있는 나라는 50개국에 달한다. 아프리카나 중동지역 국가들도 자국 이름의 위성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항공대학 장영근 교수(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는 “우주개발 기술에 앞선 나라는 대부분 강한 국력을 소유한 선진국”이라며 “우주개발은 국가 위상을 제고하고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중요한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자주국방 실현이다. 21세기는 ‘우주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주에서 정밀하게 관찰을 한 후 전략을 세우고 전술을 구사하는 시대가 됐다. 인공위성을 이용해 미사일 기지, 군 주둔 지역 등과 관련한 적국의 정보를 빼내 단숨에 격파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과 이라크 전쟁이다. 미국은 당시 100여기의 인공위성을 이용해 정보를 빼낸 반면 인공위성이 하나도 없는 이라크는 정보에 깜깜했다. 애당초 게임이 안 되는 전쟁이었다.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주)쎄트렉아이의 박성동 대표는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지정학적, 정치외교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독자적인 정보획득체계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며 “자주적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종합적인 상황을 판단할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무기가 있어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셋째, 미래 산업을 이끌고 갈 첨단산업이다. 우주개발 기술이 일반 산업에 미치는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직접적으로는 방송통신, 위성항법시스템, 기상예측분야, 수자원 감시 및 천연자원, 재난감시, 원격진료 및 원격교육 등의 산업을 창출·발전시키고, 간접적으로는 MRI·CT 같은 의료장비, 전자레인지,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할 산업에도 영향을 끼친다.

국회 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중력이 작용하는 우주는 우리의 환경과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소재나 기계, 엔진, 철, 전자공학 등을 필요로 한다”며 “그런 만큼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효과가 클 뿐 아니라 우주개발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과학적 산물들은 첨단산업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주개발은 한반도 생존과 직결

우리나라는 지난달 9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전혀 그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다양한 분석과 관측이 나왔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속수무책이었다.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말할 것도 없다.

폐쇄 체제인 북한의 미사일 및 핵 실험 여부를 규명할 수 있는 것은 위성 및 첨단관측장비 뿐이다. 현재 한반도 상공에는 우주강국들의 인공위성이 쉼 없이 날아다니고 있다. 미국은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키홀 등 100여개의 군사용 인공위성을 운용 중이다. 일본은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이후 독자적으로 정찰위성을 쏘아 올렸다. 한반도 감시 위성을 포함해 모두 3기의 정찰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해상도 60㎝급의 최첨단 ZY-2 위성 3기를 자랑한다. 한국은 국가 존망이 걸린 안보를 이들 우주강국들의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생존을 외국의 손에 고스란히 맡겨둔 꼴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우주개발에 적극 나서야 하는 절박한 이유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정계와 학계, 관련기업을 대표하는 김영선 의원, 장영근 교수, 박성동 대표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왜 우주로 눈을 돌려야 하나.

김영선 : 그동안 인류는 인간이 지향하는 꿈을 현실로 많이 이뤄냈다. 비행기, 로봇, 휴대폰…. 우주는 인간이 지향하는 꿈 중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분야다. 그 분야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고강도 철이나 엔진, 기계 등 새로운 물질들을 많이 개발할 수 있다. 우주개발에서 나오는 그 같은 과학적 산물들이 첨단산업을 일으킬 것이다. 또한 냉전시대 미국과 러시아는 우주개발을 통해 세계의 패러다임을 이끄는 강국이 됐다. 우리나라도 강대국들 사이에서 국제 사회를 이끌고 교류하는 데 선도적이고 주체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주개발에 나서야 한다.

장영근 : 전쟁은 고지를 선점하는 자가 우세하다. 높은 곳에서 보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고지는 우주다. 우주에서 관찰한 후 전략을 세우고 전술을 구사하는 세상이 됐다. 21세기 전쟁은 ‘우주전’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방을 위해 우주자산이 필요하다. 또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세계 10위다. 그 규모에 맞는 우주기술 역량을 갖춰야 한다. 우주개발은 국가 위상을 제고시킬 뿐 아니라 국가를 대표하는 중요한 상징인 것이다.

박성동 :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지정학적, 정치외교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독자적인 정보획득체계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독립적인 정보획득체계를 가져야 가능하다. 지구관측위성, 발사체 등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도 그런 부분과 관계있다. 자주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무기가 있어도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는 이데올로기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고, 전쟁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데도 북한 관련 군사 정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은 시기적으로 좀 늦은 감이 있다.

-우주를 선점하는 게 왜 중요한가.

장영근 : 우주 영토 개념은 우주식민지와 인공위성을 통한 영역 확보를 통칭한다. 우주식민지는 보조중력장치를 이용해 사람들이 다른 행성에서 편하게 살게 하는 것이다. 다른 행성에 사는 건 2050년쯤 가능할 것 같다. 지금은 인공위성을 통한 우주 영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지구상공 36000km의 적도 정지 궤도는 지구의 자전 방향과 같은 속도로 돌고, 통신이 가장 잘된다. 이 궤도에는 아무나 못 들어간다. 미국에서 쏘아올린 위성이 가장 많이 들어가 있다. 이게 우주영토 개념이다. 통탄할 일은 한반도 위에 우리나라 위성이 없다는 거다. 1990년대 무궁화위성을 쏘려고 했을 때 이미 일본, 미국, 중국이 선점하고 있었다. 지금 무궁화위성은 인도네시아 상공에서 2도쯤 기울여져서 한반도에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우주 영토를 선점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박성동 : 경제적인 관점에서 우주를 선점하기 위해 기술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 항공우주산업 분야는 자본의 회임기간, 즉 돈을 투자해서 회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경제적 부가가치를 단기간에 만들어내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우리나라 경제력이 세계 10위라고 한다. 그러나 1등과 10등의 경제력 차이가 기술 수준의 차이와 같은 건 아니다. 인도,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우주기술을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는 그 나라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김영선 : 우리나라 우주개발 수준은 이제 겨우 인공위성에 대해 이해하는 정도다. 해방직후의 상황처럼 수입대체산업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주산업 관련 예산은 많이 배정돼 있는데 발사대나 발사체 등과 관련한 기술은 적극적으로 개발하지 않고 우주인을 몇 명 뽑느니 하는 것에 홍보하는 데 쓰고 있다.

장영근 : 우주 선진국이라고 하면 스스로 인공위성을 만들 능력이 있고, 자기들이 만든 인공위성을 스스로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국가다. 이들 나라는 1그룹에 속하고, 8~9개국 정도 된다. 우린 그 다음 그룹이다. 인공위성 만드는 기술은 국산화에 70~80프로 성공지만 발사체 만드는 기술은 부족하다. 러시아에서 기술을 들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성동 : 올 7월 쏘아올린 ‘아리랑 2호’의 기술 수준을 놓고 평가한다면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세계 시장에서 기술적, 가격적 경쟁력을 갖고서 팔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느냐 하면 아직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우주개발에 뛰어든 지 불과 10년밖에 안 됐다. 지금 우주기술 분야에서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내라고 하는 건 우물에 와서 숭늉 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

-향후 보완해야 할 점은.

김영선 : 과학자들이 연구실에 앉아 실험기기만 들여다보고 있다. 박정희 시대의 과학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주 경제, 우주 사회 등 다양한 분야가 개발돼야 한다. 또 우주개발을 한다고 하면 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여러 나라가 가담한다. 그런 만큼 협상학, 국제법 등에 대한 식견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많은 파이낸싱(투자)이 필요하다. 국제정세 속에서 어떻게 도움을 주고 도움 받을지에 대해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장영근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빼고는 우주전문가 그룹이 없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다. 인프라 구축은 물론 전문가 풀을 구성해야 한다. 또 우주개발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다목적 위성, 레이더 위성, 전자공학 위성, 정지궤도 위성, 우주센터, 발사체 사업 등 한꺼번에 다하고 있다. 돈만 많이 든다. 고흥 우주센터 건립에 3000억 원 이상을 쏟아 붓고 있는데 2015년까지 실질적인 발사는 딱 두 번밖에 없다. 우리가 자체적인 발사체를 갖게 된 후 지어도 늦지 않다. 이런 게 선택과 집중, 단계적인 발전이다.

박성동 : 우주강국들의 우주기술 전반을 극복하겠다고 하면 영원히 못 쫓아간다. 1m급 해상도를 지닌 지구관측위성 아리랑 2호는 기술면에서 선진국들과 대등한 수준이다. 그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잘하는 쪽으로 끌고 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우주개발 관련 부서가 너무 많다. 과기부, 산자부, 국방부…. 예산은 기획예산처 한 군데서 나오는데 간섭하는 사람이 많다. 우주개발이 중요하다면 대통령이 특별 부처를 지정하거나 독립된 부서를 만들어서 총괄해야 한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 김영선 의원(46)은 박근혜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지난 6월 19일 정당 사상 최초로 40대 여성 대표로 취임해 7ㆍ11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었다. 김 의원은 15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5대, 16대 전국구 의원을 거쳐 17대 총선에선 경기 일산을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을 지냈다. 국회 전·후반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장영근 교수(49)는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항공대학 항공기계공학과 졸업 후 서울대 대학원 기계공학과와 미국 테네시주립대학교 우주연구소 항공우주공학과에서 각각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장 교수는 소형위성시스템 및 첨단핵심기술 연구개발에 심혈을 쏟고 있다. 비록 로켓 이상으로 실패하긴 했지만 올 7월에는 국내 대학 처음으로 소형 인공위성 ‘한누리 1호’를 자체 개발해 발사하기도 했다.

■ 박성동 대표(39)는 인공위성 전문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학 시절 우리별 위성 발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졸업 후 영국 서리대학에서 우리별 1~3호를 개발하며 석사학위를 받았다. 쎄트렉아이는 이때 함께 일하던 개발팀이 주축이 돼 2001년 설립된 위성개발 벤처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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