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전화불통 사실은… 유선전화 투자 부족 탓

  • 입력 2005년 3월 1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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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수도권과 부산 대구 등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유선전화 불통 사태의 원인은 무엇일까.

KT는 1일 이에 대해 “원인을 알 수 없는 통화량 증가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라고 밝혔다. 전날 발표와 거의 차이가 없다. 통화 불통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3·1절 휴일에도 본사 전 직원이 출근했지만 한 걸음도 더 나가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사태가 유선전화 사업 자체의 문제점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공기업이던 KT는 2002년 민영화된 후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반면 유선전화, 특히 시내전화 사업은 수익이 거의 남지 않는 ‘본전 장사’로 꼽힌다. KT로선 돈 안 되는 유선전화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옳은 방향이지만 통신과 같은 공공재에 대해선 민영화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KT 관계자는 “시내전화 사업은 민영화 이전에도 원가 수준의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시외전화와 국제전화도 지금은 이익을 내고 있지만 후발 업체와의 경쟁 때문에 이익 폭이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KT의 전체 매출액에서 유선전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감소해 왔다. 2002년 63%이던 유선전화 사업의 비중은 지난해 53%로 줄었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전화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유선전화 사업은 더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통신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KT가 유선전화 사업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도입했던 ‘지능망 서비스’에서 찾는 지적도 있다. 지능망 서비스는 ‘1588’ 또는 ‘1566’ 등의 번호로 시작하는 전화번호 서비스로 고객이 전화를 걸면 자동으로 해당 기업의 가장 가까운 콜센터로 연결해 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능망 서비스로 연결된 전화는 일부 지역의 콜센터로 집중된다”며 “통화가 순식간에 집중될 수 있는 서비스는 생겼지만 이를 처리할 수 있는 회선 증설이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폰뱅킹 통화가 하루에 몰린 게 문제였다면 결제일을 분산시키거나 결제 시스템을 다양화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김용규(金龍奎) 한양대 디지털경제학부 교수는 “KT에 대해 ‘회선 증설’ 같은 대증요법을 요구하기보다 자동으로 통화량을 분산시키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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