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이 남자가 여자보다 고통을 잘 참게한다

  • 입력 2004년 6월 20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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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싸울 때 남자들은 상처가 나도 남성호르몬으로 인해 아픔에 둔감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드라마의 한 장면.-동아일보 자료사진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싸울 때 남자들은 상처가 나도 남성호르몬으로 인해 아픔에 둔감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드라마의 한 장면.-동아일보 자료사진
한 여자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두 남자가 싸우는 드라마의 한 장면. 두 남자는 피가 나는 상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싸우다가 싸움이 끝나자 둘 다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싸울 땐 괜찮다가 왜 싸움 후에서야 아픔을 느낄까.

최근 동물 연구에 따르면 싸울 때 많이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고통을 둔감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프린스턴대 생태 및 진화 생물학과 미카엘라 하우 교수팀이 유럽산 참새(Passer domesticus) 수컷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테스토스테론 덕분에 참새가 고통을 오래 참는다는 사실을 알아내 과학전문지 ‘호르몬과 행동’ 6월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참새의 다리를 뜨거운 물에 담그게 하고 온도에 따라 참새가 발을 빼는 시간을 쟀다. 참새는 섭씨 51도까지 잘 견디다가 더 높은 온도의 물에서 재빨리 발을 빼냈다. 반면 등에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한 참새는 52도의 물에서도 7.5초나 버텼다.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하지 않은 참새보다 3배나 긴 시간이다.

또 연구팀은 테스토스테론의 효과를 막는 약을 투여해 반응을 관찰했다. 그러자 이 참새는 48.5도의 물에서 8초 만에 발을 뺐다. 약을 투여하지 않은 참새가 19초간 버틴 것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다.

하우 교수는 “두 결과는 테스토스테론이 수컷 참새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뜻”이라며 “암컷을 두고 수컷끼리 싸울 때 테스토스테론이 부상으로 인한 통증을 둔감하게 할 것”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팀은 테스토스테론이 사람에게도 ‘자연산 진통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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