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관측기술 어디까지…망원경으로 외계생명체 찾는다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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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공대가 주도해 개발 중인 지름 30m 망원경의 상상도. 우주 끝의 95%까지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왼쪽의 작은 망원경은 지름 200인치(5m) 헤일 망원경. -사진제공 캘리포니아공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가 주도해 개발 중인 지름 30m 망원경의 상상도. 우주 끝의 95%까지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왼쪽의 작은 망원경은 지름 200인치(5m) 헤일 망원경. -사진제공 캘리포니아공대
우주의 끝을 보겠다는 호언장담이 실현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우주를 바라보는 인류의 ‘눈’ 망원경이 점점 대형화되면서 더 어둡고 더 먼 천체를 관측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0월 말에는 지름 30m 망원경에 대한 미국의 건설계획이 인텔의 창시자 고든 무어가 만든 재단으로부터 175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또 유럽에서는 지름 100m 망원경 프로젝트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인 하와이 마우나케아에 있는 지름 10m짜리 케크 망원경에 비하면 극대형에 해당한다.

망원경은 거울의 크기가 커지면 빛을 더 많이 모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어둡고 더 먼 천체까지 관측할 수 있다. 지름 10m의 케크 망원경이 우주 끝의 80%까지 볼 수 있는 데 비해 지름 30m 망원경은 우주 끝의 95%까지 볼 수 있다.

대형 망원경은 무거운 만큼 우주에 띄우기 힘들기 때문에 관측조건이 좋은 지상에 설치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거울 지름이 2.4m에 불과지만 전체 무게가 11.6t이나 된다. 지상에 건설될 대형망원경은 우주망원경보다 뛰어난 성능을 목표로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천문대장 리처드 엘리스는 “지름 30m 망원경이 완성되면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2배나 더 선명하게 우주를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유럽남천천문대(ESO)의 파라날천문대장 로베르토 길모치는 “지름 100m 망원경이면 가까운 별 주변을 돌고 있는 지구형 행성에서 산소를 찾아낼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도 따져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망원경이 커질수록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먼저 망원경 거울의 지름이 30m라면 전체 규모는 15층 건물에 맞먹는 거대구조물이다. 당연히 무게를 무시할 수 없다.

미 국립광학천문대(NOAO) 광기계 설계담당 총책임자인 조명규 박사는 “지름 30m 거울에는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유리가 아닌 신소재를 사용할 예정”이라며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같은 복합재료나 실리콘카바이드처럼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소재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조 박사는 지름 8m인 제미니 망원경을 설계, 제작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지름 30m나 100m인 거울은 하나로 제작될 수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작은 조각거울들을 타일처럼 이어 붙이려고 계획 중이다. 케크 망원경에도 1.8m짜리 조각거울이 36개나 사용됐다.

한국천문연구원 보현산천문대장 한인우 박사는 “대형 거울에는 훨씬 더 많은 조각거울들이 쓰일 것”이라며 “거울 뒤에 여러 개의 피스톤을 장착해 자체 무게나 온도에 의한 변형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공에 건설 중인 10m급 초대형망원경에는 조각거울 옆면에 10억분의 1m 규모의 변형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쓰이고 있다.

지상에서는 아무리 하늘이 맑은 지역이라도 대기의 방해를 피할 수 없다. 별빛이 반짝이는 이유도 대기 입자로 인한 빛의 흔들림 때문이다. 한국천문연구원 대형 망원경팀 김영수 박사는 “천체의 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변형된 효과는 ‘보정거울’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수정한다”며 “별빛의 변형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고출력 레이저를 고도 90∼100km까지 쏜 다음 레이저의 변형 정도를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원래 1980년대 미 국방부에서 지상망원경으로 인공위성을 정밀하게 추적하기 위해 개발했던 군사기술이다. 현재는 케크와 제미니, 일본의 스바루(8.3m), 유럽의 VLT(8.2m) 등 대형 망원경에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천문연구원 내에 대형 망원경팀이 구성돼 대형 망원경을 자체적으로 건설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김 박사는 “먼저 2m급 망원경을 만든 다음 8m급에 도전할 것”이라며 “2007년 시작해 2013년 정도에 8m급 대형 망원경을 완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기초조사와 국제교류를 하는 단계다. 9월 말에는 제주에서 ‘대형 망원경을 이용한 천문학’이란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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