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뇌중풍-<1>일과성뇌중풍의 예방과 치료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7시 16분


코멘트
《흔히 머리는 한번 다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뇌중풍(뇌졸중) 진단이 내려지면 마치 내일 죽을 것처럼 비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뇌중풍은 결코 난치병이 아니다. 충분히 병을 이해하고 적극 대처하면 얼마든지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 본보는 대한뇌혈관외과학회와 공동으로 11월을 ‘뇌중풍 극복의 달’로 정하고 3회에 걸쳐 ‘뇌중풍, 알면 이긴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

길이다. 평생 달려온, 그리고 앞으로도 달려가야 할 길이다. 그것을 혈관이라 부른다.

길은 뇌라는 우주로 향해 있다. 그런데 그 길이 막혔다. 군데군데 과음으로 도로가 패었고 담배라는 태풍에 바위와 나무가 쓰러진 때문이다. 장애물은 피떡(혈전)이란 시체다.

이런 장애물로 인해 뇌로 가는 혈액이 줄어들고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뇌는 피곤해진다. 외로운 뇌세포들이 죽어간다. 우주는 차갑게 굳어간다. 생명도 사라진다.

자기공명영상(MRI)촬영은 일과성 뇌중풍과 뇌경색 조기진단에 가장 널리 이용된다.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에서 환자가 MRI 검사를 받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관련기사▼

- <3>뇌경색, 적극치료가 최선이다
- <2>뇌동맥꽈리,미리 알고 불행막자

▽뇌에 피가 모자라다=신경외과 의사들은 종종 뇌혈관을 길에 비유한다. 좋지 못한 길에 사고가 많듯 뇌혈관이 깨끗하지 못하면 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뇌중풍 하면 흔히 머리를 잡고 쓰러져 의식을 잃는 장면을 상상한다. 그러나 ‘일과성 뇌중풍(뇌허혈)’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잠깐잠깐 뇌중풍 증세가 나타나지만 조금 있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말짱해진다.

정상인의 경우 1분간 뇌 100g에 공급되는 혈액은 50mL 정도. 그러나 뇌허혈인 경우 10∼20mL에 불과하다. 뇌허혈은 엄밀히 말해 아직 뇌세포가 손상된 상태는 아니다. 물론 일부 손상이 있기는 하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리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뇌경색으로 발전해 수술하는 상황까지 간다.

▽증세로 병 찾는다=뇌허혈의 진단기준은 △말이 어둔해진다 △한쪽 팔다리가 저리거나 힘이 빠진다 △눈이 잠시 안 보인다 △현기증이 나타난다 등이다. 여러 개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 뇌허혈을 판단하기는 힘들다. 또 대부분 빈혈로 잘못 아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사들은 환자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나형균 홍보위원장(가톨릭대 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이 전하는 뇌허혈 환자의 경험담이다.

“말할 내용이 있는데 입으로 말이 잘 안 나왔어요.” “말할 때 마치 사탕을 물고 말하는 것처럼 어둔하다고 그래요.” “설거지하는 데 갑자기 한쪽 팔의 힘이 빠져 그릇을 놓쳤어요.” “갑자기 커튼을 확 닫는 것처럼 한쪽 눈이 안 보였다가 좋아지더군요.” “깜빡하고 어지러웠다가 잠시 가만있으니까 곧 좋아지더군요.” “갑자기 팔다리가 저려오다가 쉬니까 말짱해지더군요.” “술도 안 마셨는데 갑자기 필름이 끊기는 것처럼 기억이 끊어져요.” “집에는 들어왔는데 어떻게 해서 왔는지 기억이 안 나고 한참 헤맨 것 같아요.”

▽예방 치료 충분히 가능하다=‘뇌는 곧 수술’이란 인식이 환자의 예방과 진료를 막는 가장 큰 적.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뇌혈관질환치료팀 성재훈 교수는 “환자들이 위험한 초기 증상을 그냥 넘기는 바람에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차 예방은 평소 생활에서 이뤄진다. ‘길’을 잘 닦는 것에 비유된다. 혈압과 당뇨, 콜레스테롤을 조절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발병 가능성을 줄이는 것.

2차 예방은 뇌허혈 증세로 병원을 찾은 뒤 피떡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쓰는 방법.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 등으로 피가 천천히 흘러 소통이 잘 되도록 한다.

뇌허혈이 심각하게 진행됐으며 약물요법을 썼는데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다면 3차 방법으로 수술을 할 수도 있다. 다른 곳의 혈관을 끌어들여 붙이는 ‘혈관문합술’, 막힌 혈관에 풍선을 불어 넓혀주는 ‘혈관확장술’, 좁아진 혈관을 찢고 피떡을 제거하는 ‘피떡절제술’ 등이 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매년 6만명 이상 뇌중풍 '고통'▼

뇌중풍은 뇌혈관 질환으로 인해 뇌세포가 파괴되는 병이다. 한방에서는 ‘중풍’이라고 부른다.

뇌중풍은 크게 뇌혈관이 터진 ‘뇌출혈’과 혈관이 막힌 ‘뇌경색’으로 나눈다. 뇌경색이 전체 뇌중풍의 75∼80%를 차지한다.

아직 뇌가 크게 손상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작은 혈관이 막혔거나 혈류가 감소해 뇌가 손상되기 직전 상태로 신경학적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경우를 ‘일과성 뇌중풍(뇌허혈)’이라고 한다. 뇌혈관 벽의 일부가 약해져 혈관 벽이 늘어나면서 꽈리모양으로 부풀어오른 것을 ‘뇌동맥꽈리(뇌동맥류)’라고 부른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뇌출혈을 일으킨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에 따르면 뇌중풍은 단일 질환으로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무서운 병이다.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과 비교했을 때도 2배가량 높다. 인구 1000명당 뇌중풍의 발병률은 1.5명, 유병률은 5명 정도. 현재 전국적으로 20만명 이상의 환자가 있으며 매년 6만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20,30대의 젊은 층에 비해 10∼20배 정도 발병률이 높다.

뇌중풍(뇌졸증) 전국 순회강연 일정
지역시간장소 및 문의처
서울11월 22일 오전 10시세종문화회관(02-3779-1189)
인천·경기11월 18일 오후 2시수원시민회관(031-249-7770)
11월 17일 오후 3시인천 길병원(032-460-3300), 가톨릭대성가병원(032-340-2040), 부천 순천향병원(032-621-5015, 3곳 동시 실시)
11월 20일 오후 1시의정부 성모병원(031-820-3067)
부산11월 27일 오후 2시부산일보 강당(051-240-7250)
울산11월 20일 오후 5시동강병원 대강당(052-241-1251)
대구·경북11월 1일 오후 2시대구시민회관(053-250-7894)
강원11월 12일 오후 2시원주MBC 공개홀(033-741-1330)
11월 26일 오후 3시춘천성심병원 강당(033-252-9970, 교환 171)
충북11월 4일 오후 3시충북대병원(043-269-6086)
충남11월 6일 오후 2시천안시민회관(041-570-2180)
11월 13일 오후 4시대전 자유연맹(042-220-8850)
전북11월 13일 오후 3시전북대병원 대강당(063-250-1875)
전남11월 5일 오후 2시광주공원 내 노인복지회관(062-220-3120)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