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보다 무서운 ‘정보전염병’(infordemic)

  • 입력 2003년 5월 12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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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시대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보 전염병(information endemic). 생물학적 전염병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데 그치지만 정보 전염병은 순식간에 사회 경제적 파국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근원을 추적하는 회사인 인텔리브리지(Intellibridge)사 데이비드 로스코프 회장은 11일 미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정보 전염병’을 ‘인포데믹(infordemic)’으로 명명했다. 다음은 이 글의 요약.

인포데믹은 진짜 전염병과 다를 바 없다. 역학적 원인이 있고 식별 가능한 증상이 있으며 잘 알려진 전염 매개체, 그리고 치료약도 있다. 단순한 소문의 확산이 아니다. 주류 미디어와 전문 미디어, 그리고 인터넷 사이트에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동호출기, 팩스, e메일과 같은 비공식 미디어까지 가세하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이 병은 한번 발발하면 즉각 대륙을 건너 뛰어 전염된다.

사스만 해도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는 7000여명 감염에 500여명 사망. 이는 매년 목에 이물질이 걸려 질식사하는 4700명의 미국인 수에 비하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스 공포는 아시아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9월까지 사스가 계속된다면 아시아에서만 300억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월가의 몇몇 전문가들은 중국이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테러 공포도 그렇다. 지난해는 미 역사상 테러 공포 분위기가 가장 컸지만 국무부에 따르면 2002년은 1969년 이후 가장 테러가 적은 해였다. 이라크전쟁의 여파로 지중해 여행이 중단된 것이나 엔론 사태로 시장이 동요한 것도 인포데믹의 위력을 입증하고 있다. 인포데믹의 원인과 치료는 동전의 양면이다. 중국 정부는 사스 사태 초기에 발병 사실을 덮는 데에만 주력했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사스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고 발표하면 오히려 사스 공포가 더욱 커지는 증상을 보였다.

신뢰성이 특효약이다. 미확인 정보가 유포되기 전 조기경보 체제를 가동해 즉각 근원을 찾아 재빨리 확인된 정보를 전파하는 것만이 인포데믹을 막는 길이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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