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행복한 세상]되돌아보는 이동전화 서비스 20년

  • 입력 2003년 4월 21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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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말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수 3286만명. 84년 국내 첫 서비스가 시작된지 약 20여년만에 ‘1인 1 휴대전화 시대’가 열렸다. 87년 1만명이던 가입자수는 95년 100만명으로 100배 늘었다. 98년 7월에는 1000만명을 돌파, ‘1가족 1휴대전화 시대’라는 말이 생겼다. 지금은 2330만대가 보급된 유선전화보다 더 많이 보급됐다.

그 20년간 어떤 일이 있었을까? 묵은 신문을 타고 20년간의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아무나 못쓰는 휴대전화

84년 3월 자동차에서 쓰는 ‘카폰’ 서비스가 국내에서 처음 시작됐다. 카폰 한 대의 가격은 250만원으로 서울 변두리의 전세 가격과 맞먹을 정도. 이 때문에 카폰은 일부 특권층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었다. 자동차에 카폰 안테나가 달렸으면 검문도 받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첫 해 이용자는 약 2600여명.

카폰에 이어 등장한 휴대전화도 웬만해선 쓸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92년 8월 선경(현 SK)이 제2 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휴대전화 시대가 열렸다. 92년 당시 한국이동통신의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65만원을 가입비로 내야했고 단말기의 가격은 국산제품 가운데 가장 싼 모델이 70만원, 외국제품은 130만원이었다.

가입비가 비싸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94년 3월에는 이동전화 가입비가 미국의 최대 30배에 이른다는 기사가 동아일보에 실렸다. 명세표를 보면 이동전화 설비비가 65만원, 무선국 준공검사료 3만1000원, 장치비 및 면허세 각각 2만7000원, 무선국 허가신청료 1만5000원 등 가입하는데 70만원 이상이 들었다. 반면 미국은 가입비가 2만5000∼4만원(원화로 환산)이었다.

#국산제품 품질 나빠 못쓰겠다?

91년 8월에는 국산 제품의 질이 낮아 외국산 이동통신기기가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최근 국산 휴대전화 단말기가 국내 시장을 완전히 석권하고 세계 시장에서도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

기사는 “휴대형 전화기, 무선호출기(삐삐)등 이동통신기기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국산제품의 품질이 낮아 국내시장의 30∼60% 가량을 외국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국내 휴대전화는 약 10만여대, 카폰은 8만여대가 보급된 상태였다. 미국 모토롤라가 독주하는 가운데 삼성 금성(현재 LG) 현대 등이 자체 모델을 개발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40만대 가량이 보급됐던 무선호출기 역시 전체의 60%가 모토롤라 등 외국 제품이었다.

#접속이 잘 안 돼

휴대전화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휴대전화가 잘 ‘안 터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94년 12월에는 접속률이 30%에 불과해 이용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93년말 47만명이던 이동전화 가입자는 1년사이 92만명으로 급증. 연초보다 40만원 이상 단말기 가격이 떨어지면서 체신부(현 정보통신부)가 예상한 가입자를 40%나 초과해 버린 것이다.

당시 기사에 인용된 한 가입자는 “6개월전부터 카폰이 안되기 시작해 요즘 아침 저녁으로 30번씩 두드려도 한 통화 하기 어렵다. 비싼 요금을 받고 이렇게 형편없이 서비스해도 되느냐”고 불만을 토로.

#역사속으로 사라져…

발신전용 단말기인 CT-2는 가격이 휴대전화에 비해 저렴했기 때문에 기대를 모았다. 호출기를 차고 CT-2를 든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속 30㎞ 이상으로 달리면 사용할 수 없는 등의 단점과 휴대전화 가격의 하락으로 결국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삐삐’로 불리던 무선호출기는 95년 800만대 이상 보급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때 건물 더미에 묻혀있는 사람들의 위치 파악에 쓰이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이동통신사들은 몇 초에 한 번씩 붕괴 사고로 실종된 사람들의 호출기를 호출해 매몰된 사람들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3월말 현재 전국의 삐삐 가입자는 약 12만명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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