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 원클릭 말뿐… 툭하면 ‘다운’

  • 입력 2003년 3월 4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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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박모씨(31·서울 서대문구 연희동)는 지난달 중순 직장을 옮기는 데 필요한 호적등본 2통을 ‘전자정부’를 통해 신청했다. 그러나 서류는 신청한 지 12일이 지나서야 집으로 배달됐다. 전자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최대 일주일 내 민원처리’를 무색케 한 것. 박씨는 “해당 동사무소에 가서 따졌지만 ‘온라인 접수가 해당 날짜에 우리 쪽으로 이관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군색한 변명만 들었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제 기능 못하는 전자정부=‘원클릭 민원해결’을 내걸고 지난해 11월1일 개통한 ‘대한민국 전자정부’(www.egov.go.kr)가 일부 이용자들로부터 “불친절하고 부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자정부는 정부 각 부처업무를 통합 전산화해 행정, 민원업무를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전자민원서비스. 호적과 주민등록등본 발급, 주민등록 분실신고, 민방위대 편입신고 등을 포함한 393종의 민원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자정부 게시판엔 하루 10여건의 항의성 글과 불편사항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용자들의 접속횟수도 지난해 11월 402만건, 12월 275만건, 올해 1월 171만건으로 크게 줄었다. 2, 3월에도 계속 하락세를 보일 만큼 이용자가 급감하고 있다. 전자정부를 이용한 평일 평균 민원건수도 시행 첫달 1117건에서 현재는 600여건으로 줄었다.

문제는 온라인(인터넷)과 오프라인(해당 부서)의 ‘박자’가 맞지 않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일선 직원들 상당수가 온라인 신청자보다는 접수창구를 직접 찾아온 민원인을 우선시해 온라인 신청자는 처리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대민창구 직원 대부분이 인터넷 민원처리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것도 문제점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동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온라인 구축에만 신경을 쓰고 정작 담당 직원들의 교육을 소홀히 해 이런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며 “인터넷 업무처리 교육도 1월 중순 담당자 1명만이 구청에 가서 2시간 정도 받은 것이 고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인터넷 접속이 다운돼 민원인을 짜증나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민원서류가 나왔다’는 e메일을 받고 해당관청에 갔다가 담당자로부터 ‘처리불가 사유가 있어 전자정부로 반송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도 불안=전문가들은 또 시스템이 불안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자정부와 각 시군구청 동사무소나 해당 관청의 홈페이지가 ‘한번의 클릭’으로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링크 오류’가 대표적이다.

숙명여대 정보통신대학원 문형남(文炯南) 교수는 “‘자체조사를 해 본 결과 인지도 있는 인터넷 쇼핑몰 54개는 링크오류율이 평균 0.25%였지만 전자정부는 2배가 넘는 0.59%에 이른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선진국에선 링크오류율이 0.5%를 넘으면 사이트에 대한 사용자들의 신뢰수준이 낮은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대한정보시스템 정보통신연구소 김유한 팀장은 “외국의 전자정부는 읽기 기능을 중심으로 단순화해 필요한 정보를 강조한 데 반해 한국의 전자정부는 지나치게 그림과 동영상으로 ‘치장’하는 데 힘을 쏟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행정자치부 서보람 사무관(35)은 “지난해 11월 이후 매일 24시간 동안 인력을 투입해 오류가 발견되는 즉시 해결하고 있다”며 “일선행정관청으로의 교육도 광범위하게 확대해 전자정부로 민원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들의 실무처리능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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