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채점 ‘첨단 정보기술 결정체’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7시 46분


‘답안지 채점과정이 잘못되는 것은 아닐까. 채점 하나에 왜 한달이나 걸리는 것일까.’

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낸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마음 한 편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채점에 대한 은근한 불안감. 이제 이들의 관심은 채점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전산작업에 쏠리고 있다.

67만5000여장의 OMR(Optical Mark Reader) 카드를 판독, 채점하는 과정에는 각종 첨단 정보기술이 동원된다.

경찰의 경비 속에 평가원으로 운반된 카드는 일단 27대의 판독기(사진)에 나눠져 입력된다. 이 판독기는 대당 최고 3000만원에 이르는 일본 세코닉사 제품. 평가원은 원활한 채점을 위해 판독기를 17대에서 10대를 더 늘렸다.

OMR카드에 기록한 답안 표시는 평가원이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읽혀진 뒤 점수정보로 바뀐다. 이 정보들은 IBM의 리눅스 서버인 RS6000과 X440, 옛 컴팩의 DL760 등 모두 3기종의 서버에 저장된다.

3대의 서버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채점 프로그램을 돌려 원점수, 백분위점수, 종합등급 등 7개 형태의 점수를 산출한다. 결과는 같지만 점수가 다를 가능성을 막기 위해 3개의 방식을 사용하는 것. 점수가 서로 다를 경우가 발생하면 모든 장비를 처음부터 다시 돌려야 한다.

제대로 채점이 된 이후에도 안심할 수 없다. 백분위 점수나 변환표준점수를 산정하는 과정의 소수점 처리 때문에 틀린 숫자가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 이를 수정한 최종 점수가 출력 과정에서 잘못 인쇄될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

기계가 아무리 최첨단이어도 사람 심리는 불안하기 마련. 평가원은 1∼4교시 시험과 제2외국어 시험을 합쳐 1만장 정도의 답안지를 샘플링한 뒤 사람 손으로 이를 다시 채점한다. 출력 과정에서도 이 같은 샘플링 수작업이 병행된다.

이 같은 작업에 걸리는 기간은 20일. 5대의 고속프린터로 출력이 마무리되는 데는 4일이 더 걸린다. 수험생들이 성적표를 받아보는 것은 다음달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전산실에서 채점작업을 감독하고 있던 신성균 전산부장은 “점수정보는 중간에 수정이 불가능하고 외부와 연결돼 있지 않아 해킹될 염려도 없으니 수험생들은 마음을 놓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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