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입냄새 고민되세요? 양치질 습관 바꿔보세요

  • 입력 2002년 4월 28일 17시 16분


“입을 다무세요. 되도록 숨쉬지 마세요.”

미국 CBS방송 뉴스는 최근 이 같은 제목의 ‘입냄새’ 특집기사를 보도했다. 물론 과장된 제목이지만 이 제목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

회사원 이모씨(36)는 요즘 주위로부터 입냄새가 심하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말수가 줄었다. 자신의 입냄새를 의식해서 대화할 때 입을 가리기도 한다.

물론 입냄새를 맡는 사람도 고역이다. 요즘처럼 기온이 올라갈 때 답답한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옆사람의 아침 식사 메뉴를 확인하는 것은 일종의 고문(拷問)이다. 그러나 서로가 괴로운 입냄새도 원인을 알고 대책을 세우면 벗어날 수 있다.

▽입냄새의 원인〓일반적으로 입냄새는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지고 여성보다는 남성의 입냄새가 더 ‘진하다’.

입냄새의 90% 이상은 입 속에 원인이 있다. 입냄새는 주로 음식물 찌꺼기가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생기는 휘발성 황화합물 때문에 생긴다. 특히 혀에 희거나 누렇게 생기는 ‘백태’는 세균이 살기 좋은 환경이다. 이 경우 상당수는 양치질 습관만 바꿔도 입냄새가 사라진다.

그러나 늘 냄새가 ‘병적으로’ 많이 나면 치주염 충치 구강궤양 등의 병을 의심할 수도 있다.

침이 부족해도 입냄새가 난다. 항생제를 많이 복용하면 ‘머니리아시스’라는 곰팡이가 생겨 침이 적어진다. 입을 벌리고 자는 것도 입 속을 건조하게 한다. 또 스트레스와 입냄새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자극돼 침이 마르게 된다. 시험 보기 전의 긴장 상태에서 입이 바싹 마르는 것은 이런 이치.

약 10% 정도는 입 주변이나 전신의 질환이 원인이므로 치과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내과 등 다른 병원에 가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아세톤 향이나 연한 과일 향, 콩팥 질환자는 암모니아 냄새가 나며 간 질환자는 코에서 버섯이나 썩은 달걀 냄새가 난다. 축농증이 있으면 코에서 치즈냄새가 나기도 한다.

▽치료와 예방법〓우선은 양치질에 신경쓴다. 치아 구석구석을 꼼꼼히 닦고 치아 사이의 음식물 제거를 위해 치실을 사용하면 좋다. 혀의 백태를 제거하기 위해 혀도 닦아야 하는데 치약을 묻힌 칫솔로 ‘벅벅’ 닦으면 혀를 다치게 되니 물만 묻힌 칫솔로 닦거나 혀 세정기를 이용한다.

양손으로 코를 감싸고 입김을 코로 들이마셔 냄새를 직접 느끼거나 다른 사람에게 냄새를 맡아줄 것을 부탁해서 증상이 심하다고 여겨지면 치료가 필요하다. 침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치과의 처방으로 침이 잘 나오게 하는 치약이나 인공타액을 사용하기도 한다. 오이나 토마토를 먹으면 갈증이 해소되고 침이 잘 나오는 효과가 있다.

입을 다물고 콧바람을 불었을 때 냄새가 많이 나면 속병일 가능성이 크다. 이때는 병을 치료하는 게 급선무다.

급히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입냄새가 걱정된다면 사탕 등의 단 것을 먹는다. 입안이 산성화되면 냄새가 나는데 단 것은 일시적으로 입 속을 알칼리화해 준다.

▽입냄새 공포증〓자신이 풍기는 입냄새를 걱정해 수없이 양치질을 하고 껌을 씹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입냄새가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닌데도 한 번이라도 주변 사람에게서 ‘입에서 냄새난다’는 소리를 들었다면 말할 때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심하면 사람과의 만남을 기피하기도 한다.

이 같은 ‘입냄새 공포증’ 환자가 치과의 입냄새 클리닉이나 인터넷 상의 상담실을 찾는 사람의 반 정도나 된다.

입냄새 때문에 걱정돼 일에 집중할 수 없다면 치과를 찾아 구취 측정기로 입냄새의 정도를 측정해 보는 것도 좋다. 입냄새 공포증 환자는 다른 사람이 냄새가 안난다고 말해도 믿지 않으므로 객관적인 수치를 스스로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도움말〓연세대치대 구강내과 김종열 교수)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양치질 제대로 하려면

‘3·3·3법 제대로 지키세요.’

양치질만 제대로 해도 입냄새 충치 치주염 등을 한꺼번에 예방할 수 있다.

충치를 일으키는 무탄스균은 식후 3분 동안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다. 따라서 하루 3번 이상, 식후 3분 이내에 이를 닦아야 하는 것이다. 이때 한번에 최소 3분 이상 정성들여 이를 닦도록 한다. 그래서 3·3·3법이다.

보통은 칫솔을 가볍게 잡고 칫솔모를 치아 뿌리에 45도 각도로 댄 뒤 치아 하나마다 20번 정도씩 떠는 듯한 동작으로 작은 원을 그리면서 닦는다. 윗니를 닦을 때엔 윗니의 잇몸 쪽에서 아랫니 방향으로, 아랫니는 잇몸에서 윗니쪽으로 원을 그린다.

앞니의 안쪽은 칫솔을 안으로 세워 곧바로 넣은 다음 치아의 경사를 따라 큰 원을 그리듯 훑어내고 어금니의 씹는 면은 칫솔을 앞뒤로 움직이며 닦아준다.

치주염이 있어 냄새가 많이 나거나 피가 나면 ‘바스법’으로 닦는다. 칫솔모의 한줄을 치아와 잇몸이 맛닿는 곳 깊숙이 넣고 손을 가볍게 진동시키는 방법이다. 피가 나와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닦으며 잇몸 염증이 가라앉으면 보통 칫솔법으로 돌아온다.

어린이는 ‘폰스법’으로 닦는다. 입을 약간 다물게 하고 칫솔을 직각이 되게 댄 다음 치아와 잇몸에 작은 원을 그리듯 칫솔을 돌려가면서 닦고 그 다음으로 입을 약간 벌린 다음 칫솔을 아래 위로 닦으면서 옆으로 왕복시킨다. 부모가 칫솔을 잡고 아이의 이를 닦아줄 때엔 성인의 일반 칫솔법에 따른다.

칫솔모는 단면이 수평이고 너무 단단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것이 좋다. 칫솔 머리부분은 치아를 2, 3개 덮을 수 있는 2∼3㎝ 크기가 적당. 일반인들은 칫솔모 줄이 3개 정도, 치주염이 심하면 2개 정도가 좋다. 칫솔은 2∼4개월마다 바꿔줘야 잇몸이 상하지 않는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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