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본 세상]청소년 '이공대 기피'는 단견

  • 입력 2002년 2월 5일 17시 38분


빌 게이츠잭 웰치알프레드 슬로언(위로부터)
빌 게이츠
잭 웰치
알프레드 슬로언
(위로부터)
과학기술자 주가가 요즘 하한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 IMF 실직 사태 이후 의사 변호사 등 자유업 선호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학생들이 이공계 대학 진학을 기피해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지만, 요즘 대덕연구단지에서 연구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자녀가 이공계 대학에 가겠다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공계 대학은 정말 비전이 없는 곳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미래학자들은 기술을 가진 기업, 기술을 아는 CEO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본다. 세계 톱 수준 최우량기업 일수록 CEO는 대부분 공대 출신들이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과 진대제 이윤우 사장, 포항제철 유상부 회장과 이택구 사장, 현대자동차 김동진 사장, 한국통신 이상철 사장, 한국통신프리텔 이용경 사장, 현대중공업 김형벽 회장, 대한항공 심이택 사장이 모두 공대 출신이다. 이들은 대부분 스톡옵션으로 큰 돈을 벌었다. 국내 10대 그룹 임원 중 이공계 출신의 비율은 절반을 넘어 53%에 이른다.

선진국은 더욱 그렇다. 당대 최고의 경영자로, 20세기 전반에는 알프레드 슬로언, 후반부에는 잭 웰치가 꼽힌다. 포드를 제치고 제너럴모터스(GM)를 최고의 기업으로 키운 슬로언은 MIT 출신의 전기공학박사이다. 45세에 GE 회장에 취임해 20년 만에 회사 시가 총액을 40배 가까이 키운 잭 웰치는 일리노대 출신의 화학공학박사다. 지난해 미국의 CNN과 타임지가 ‘가장 영향력 있는 최고경영인’으로 꼽은 일본 닛산 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사장은 프랑스 최고의 이공계대학인 에콜 드 폴리테크닉 출신의 엔지니어이다.

미국 기업은 공대를 졸업한 뒤 경영학을 전공한 MBA를 가장 우대한다. 기술을 모르는 경영자는 갈수록 도태되고 있다. 국내 경영대학원 교수들도 공대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 현재 경영대학원장인 남상구 교수, 그리고 전임 경영대학원장인 황규승, 이필상 교수가 모두 공대출신이다.

미국에서는 ‘바이오 혁명’으로 새로운 ‘골든 직종’이 떠오르고 있다. ‘더 사이언티스트’ 잡지가 구독자 5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바이오엔지니어링, 바이오인포매틱스, 임상 연구 등 3개 분야의 평균 연봉은 7만5000∼7만7000달러로, 다른 생명과학 분야보다 36∼40% 높다. 이는 의사와 맞먹는 수준이다.

또한 월스트리트에서는 요즘 수학자들이 족집게 주가 예측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 하버드대 응용수학과 동기생인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와 스티븐 발머는 월스트리트로 진출하지는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값나가는 회사의 주인이 되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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