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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0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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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간 유전자 숫자 첫 규명
11년의 대장정 끝에 인간게놈지도가 2월 완성됐다. 지구에 생명의 씨앗이 뿌려진 후 가장 고등한 생물로 진화한 인간이 자신의 설계도를 손에 넣은 역사적 순간이었다. 지도 완성 결과 인간의 유전자 숫자는 파리의 2배 정도인 2만6000∼4만 개로 나타났다. 애초 인간의 유전자 숫자가 10만개 일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감으로써, 과학자들은 고등한 인간의 특징을 다른 각도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허용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월 인간 배아의 줄기세포에 대해 제한적으로 연방정부의 연구비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배아 줄기세포는 신경, 뼈 등 인체를 구성하는 260여가지의 세포와 조직으로 분화시킬 수 있다. 난치병 치료에 새 희망으로 등장함에 따라 5∼10년 후 줄기세포 관련 시장이 연간 3000억달러에 이를 전망. 특히 11월 미국의 한 벤처기업은 치료용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인간의 배아를 복제하는 데 처음 성공했다. 이에따라 환자 자신의 세포를 떼어내 조직거부반응이 없는 이식용 조직이나 세포를 만들 수도 있게 됐다.
▼기적의 신약 ‘글리벡’ 등장
다국적 기업 노바티스가 개발한 신약 글리벡이 암을 기적과 같이 치료해 ‘암 치료약 1호’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 1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59%가 종양이 축소되고 90%가 증세가 호전되자 5월 글리벡 시판을 허용했다. 국내에서도 백혈병 환자들이 글리벡을 구하느라 아우성을 쳤다.
▼미르 최후와 국제우주정거장 시대 개막
러시아의 마지막 자존심이던 우주정거장 미르가 3월 남태평양 상공을 붉게 물들이며 추락했다. 미르는 15년 동안 우주에 체류하면서 식물 재배 등 2만여건의 무중력 실험을 하는 데 이용됐지만, 재정난과 잦은 고장으로 러시아가 폐기 결정을 내린 것. 그러나 미국 유럽 러시아 등이 함께 추진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이 본격화돼 4월 우주왕복선 엔데버호가 길이 17.6m에 이르는 조립용 로봇팔 ‘빅암’을 이 우주정거장에 장착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미사일 방어망 구축 결정
부시 미국 대통령은 5월 러시아 중국 유럽 일부국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첨단 안보체제인 미사일 방어(MD) 구축을 전격 선언했다. 미사일 방어계획은 적대국가가 쏜 미사일을 대기권에 진입하기 전에 파괴시키는 것. 미국은 12월 캘리포니아 공군기지에서 발사한 가상미사일을 22분 후 남태평양 232㎞ 상공에서 격추시키는 등 지금까지 5차례의 실험에서 3번 성공했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 국내
▼바이오벤처 게놈 해독 붐
국내 바이오벤처를 중심으로 게놈 해독 붐이 일었다. 5월 위염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시작으로 모두 5종의 미생물 게놈이 해독됐다. 인간 게놈 연구도 활발해 6월에는 마크로젠이 한국인 게놈지도 초안을 발표했으며, 과학기술부 산하 인간유전체기능연구단은 8월 위암과 간암 관련 후보유전자 670여종을 비롯, 총 1만4000종의 한국인 유전자를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나노선등 초극세 시대 개막
삼성종합기술원은 탄소나노튜브로 만든 디스플레이로 동영상을 구현하는데 성공, 탄소나노튜브 실용화 경쟁에서 세계를 앞질러 나갔다. 포항공대 김광수 교수팀은 세계에서 가장 가느다란 나노 선(線)을 개발했다. 이 밖에 한국과학기술원 천진우 교수와 서울대 현택환 교수는 새로운 나노 자성입자 및 반도체 입자를 합성하는데 성공, 이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미국 화학회지에 게재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배아연구 생명윤리 논쟁
과학기술부 산하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5월 배아복제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생명윤리법(가칭) 골격안을 발표하자 과학계 안팎에서 배아연구의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진행됐다. 자문위는 한시적으로는 폐기처분된 냉동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는 최종 골격안을 7월 과기부에 제출했지만 과기부는 법안 상정을 유보했다. 이런 가운데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2월 인간배아 복제 및 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전면 금지했다.
▼'과학 대중화' 전국 확산
‘사이언스북스타트 운동’이 시작돼 3차례에 걸쳐 모두 3만4000여권의 과학책을 전국의 초등학생들에게 전달했다. 또 2006년 완공 예정인 국립과학관 설립 계획이 발표되자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동아사이언스 등 언론사가 주최한 과학대중강연회에 매번 수백명의 청중이 몰리는 대성황을 이뤘다. 정부가 마련한 과학기술기본계획 10대 사업에 과학문화사업을 포함해 관련 예산이 내년부터 대폭 늘어났으며, 여성과학기술자상등 다양한 상이 제정됐다.
▼수능 자연계 지원자 급감
대학수학능력 응시자 가운데 자연계 지원 비율이 27%로 떨어지는 등 과학기술 인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공계 대학 졸업자들도 과학기술직을 외면해 산업계에서는 전문기술인력 부족 현상이 벌어졌다. 과학기술자가 또 다른 3D 업종이 된 것이다. 게다가 자연계를 지망한 학생들의 수학, 물리학 등의 실력도 갈수록 떨어져 중고교 과학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