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미세먼지는 '조용한 살인자'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58분


미세먼지로 인해 서울 등 6대 도시에서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가 매년 2만명에 이른다는 추정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의대 신동천 교수(환경공해연구소장)는 30일 블루스카이 2002 주최로 열린 ‘시민건강과 대기오염’ 심포지엄에서 국내 대기오염 피해를 추정해 발표했다.

이 추정치에 따르면 미세먼지(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에 오랜 기간 만성적으로 노출돼 추가로 사망한 사람이 6대 도시에서 연간 2만895명이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1만645명)의 두 배나 되는 숫자이다. 특히 미세먼지로 인한 만성 사망자의 46%가 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심한 서울에 몰려있었다.

흔히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는 버스, 트럭 등 경유차에서 많이 나오며, 폐에 깊숙이 박힌 채 몸 바깥으로 잘 빠져나오지 않아 암, 호흡기,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신 교수는 “사망자 숫자는 불확실성이 따르는 확률적인 추정치이지만, 미세먼지가 대기오염 피해의 주범이란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선진국에서 오랜 연구 끝에 나온 미세먼지 농도(ppm)당 사망위험도에 6대 도시의 1999년 미세먼지 농도와 인구를 곱하는 방법으로 사망자 숫자를 산출했다.

같은 방법으로 외국의 연구자가 미세먼지에 의한 사망자를 추정한 결과에서는 스위스가 연간 3314명, 프랑스가 3만1692명, 오스트리아가 5576명이었다. 이들 국가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입방미터 당 21∼26 마이크로그램으로, 국내 6대 도시의 농도(60.5 마이크로 그램)에 절반도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한편 주로 미세먼지에 기인하는 만성적인 대기오염 피해와 달리, 오존이나 아황산가스 등은 오염도가 치솟는 날 천식, 심장질환으로 고생을 해오던 환자나 신생아의 목숨을 빼앗는다. 이를 대기오염에 의한 급성 사망피해라고 한다.

이런 급성 사망피해는 6대도시에서 미세먼지에 의한 것이 연간 2281명, 오존이 1899명, 아황산가스가 1615명, 일산화탄소가 1536명 순으로 추정됐다.

신 교수는 “세계보건기구는 전세계에서 매년 죽는 5500만 명 가운데 5% 정도인 140만∼600만 명이 대기오염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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