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사이트 개인정보유출 심각]해킹 '식은죽 먹기'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9시 13분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인구 약 1500만명 중 실제로 일주일에 3회 이상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10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따라서 한 고교생이 국내 최고 인기사이트인 ‘모교사랑(아이러브스쿨)’에서 570만명의 개인정보를 해킹했다는 경찰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특히 ‘모교사랑’ 사이트는 올 들어 ‘동창회 신드롬’을 일으키며 회원 수 700만명을 돌파한 국내 최대 인터넷사이트여서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허술한 회원관리〓이번 해킹사건은 국내 인터넷 회사들이 얼마나 고객정보 관리를 소홀히 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양근원(梁根源)수사팀장은 “현재 국내 인터넷 사이트 중 보안벽이나 침입탐지시스템 등 보안시설을 제대로 갖춘 사이트는 10%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이트가 홈페이지 구축에만 급급한 나머지 2000만∼3000만원이 드는 보안시설을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같은 현상은 영세한 인터넷회사에서 더 심한 편이다. 한 인터넷 방송 관계자는 “솔직히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장치 같은 데 신경쓸 정도로 자금이 여유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현실 탓에 해커들도 국내 인터넷사이트를 ‘밥’으로 생각한다. 이번에 모교사랑을 해킹한 K군도 자기가 개발한 ‘IP스캐너’라는 프로그램만으로 단 5시간만에 570만명의 정보를 빼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김모씨(24·여)는 “전자상거래처럼 보안이 철저한 사이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내사이트는 마음만 먹으면 해킹할 수 있다”며 “해킹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데 비해 국내 회사들의 방어기술은 거의 정체돼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회원확보 경쟁〓고객정보 관리는 허술한 반면 회원확보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회원이 많을수록 광고수익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기업의 가치 자체도 달라진다. 모교사랑의 회사가치가 500억원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도 ‘회원 수의 위력’ 때문이다.

최근에는 다른 회원을 모집해 오는 회원에게는 돈이나 경품을 몰아주는 ‘다단계식 회원모집’방법까지 등장했다.

15일 구속된 김모씨도 해킹을 통해 특정 사이트의 회원들이 자신의 추천으로 가입한 것처럼 꾸며 5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 무료이용권을 챙겼다.

인터넷 시청률 조사기관인 인터넷 매트릭스의 이현창(李炫昌)팀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회사들이 무분별한 회원확보 경쟁을 지양하고 고객에 대해 보다 안전하고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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