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혁명]"서버에서 자료받는건 20세기 인터넷"

  • 입력 2000년 9월 24일 19시 00분


“P2P는 인터넷세계에서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넷스케이프 개발자 마크 앤드리슨) “P2P는 차세대 인터넷.”(인텔 최고경영자 앤디 그로브 )

일반 네티즌들에게 ‘저작권을 물지않고도 손쉽게 MP3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고마운 프로그램’정도로 알려진 P2P(Peer To Peer) 방식이 인터넷세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올 조짐이다. 이미 IBM 인텔 HP 등 공룡급 컴퓨터업계 19업체가 모여 P2P 국제표준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P2P란 네티즌들이 직접적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다. 대형 정보창고(서버)에 들어가 거기에서 필요한 정보를 받아가는 기존 서버―클라이언트의 수직관계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다. 네티즌들이 정보의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가 되기 때문에 제3의 물결의 저자 앨빈 토플러식의 표현을 빌리면 인터넷상의 프로슈머(prosumer)인 셈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이경전 교수는 “네티즌들이 이미 P2P라는 선악과를 따먹은 이상 앞으로 P2P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며 “특히 초고속인터넷망이 가장 잘 깔려있는 한국이 P2P의 본격적인 실험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 동아닷컴기자>kkh@donga.com

▽어떤 변화를 가져오나〓P2P의 파괴력은 단순히 음악파일만 주고받는데 그치지 않는다. P2P를 통하면 네티즌들끼리 텍스트파일은 물론 영화를 비롯한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바둑사이트에 들어가지 않고도 중국에 있는 18세 정도의 5급실력인 바둑상대를 손쉽게 찾을 수도 있고, 수수료를 챙기는 인터넷경매회사를 거치지 않고 집에 있는 중고자전거를 P2P망에 있는 네티즌들에게 직접 팔 수도 있다.

중앙정보처리장치인 CPU를 수백만명이 공유하면 자신의 PC를 슈퍼컴퓨터급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대우정보시스템의 아이비즈니스 전략팀 장명석 팀장은 “앞으로 P2P가 적용될 분야는 무궁무진해 전자상거래, 전자경매, 채팅, 학술, 게임 교육 등 거의 대부분의 인터넷 분야에 걸쳐 예상치 못한 변화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떻게 개발됐나〓P2P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음악파일인 MP3를 네티즌들끼리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고안된 냅스터 프로그램이 선보이면서부터. 대학 1년중퇴생인 숀 패닝이 만든 이 프로그램은 순식간에 전세계에서 2000만명에 가까운 네티즌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AOL의 자회사인 널소프트가 개발한 그누텔라(Gnutella)가 전세계 P2P프로그램의 모델이 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선보인 한국판 냅스터인 소리바다에는 불과 4개월만에 75만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놀랍게도 프로그램 개발자인 양일환 양정환 형제 집에 있는 조그만 서버 한 대를 통해 많게는 75만명이 파일들을 주고받고 있다. 일반 인터넷방식이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재빠르게 반응하는 한국〓한국판 냅스터 소리바다, 한국판 그누텔라인 케이텔라 외에 씨네프, 신밧드 등 P2P프로그램이 이미 등장했다. 최근에는 오픈포유, 넷페논, 카피셀, 엠엔조이, 엠제이커뮤니케이션 등이 P2P 국산 솔루션을 내놓았다.

▼음악파일 불법복제 싸고 논란▼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있는 P2P의 미래는 마냥 장밋빛일까.

아직까지는 걸림돌이 많아 보인다. 수익성이나 기술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저작권.

특히 음악저작권단체들은 P2P 네트워크에서 디지털 음악파일이 자유롭게 공유될 경우 음반산업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것으로 보고 소송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음반저작권협회(RIAA)가 P2P의 원조격인 미국 냅스터사를 상대로 낸 소송은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네트워크에서 음악파일을 불법복제하는 것은 개인들이지만 이를 모두 적발해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 때문에 RIAA는 음악파일 공유 및 검색프로그램을 제공한 냅스터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것.

이 소송의 최종판결은 10월초로 예정돼 있지만 지금까지의 소송 진행 경과를 놓고 보면 냅스터가 불리한 상황이다.

냅스터사는 7월26일 미국 법원으로부터 서비스중단 명령을 받았다. 냅스터사는 긴급유예신청을 내 사이트 폐쇄는 모면했지만 폐쇄가 잠정 연기된 것에 불과하다.

저작권 문제는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한국음반협회 등은 한국판 냅스터에 해당하는 ‘소리바다(www.soribada.com)’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중이다.

전문가들은 냅스터가 패소한다해서 P2P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